교통요금 인상이 답? 정부가 꼭 살펴봐야 할 다른 대안 [4.14 기후정의파업]
오는 4월 14일(금) 세종정부청사에서 기후정의파업이 펼쳐집니다. 전국 곳곳에서 ‘나의 하루를 멈춘’ 이들이 모여 기후정의 대정부 투쟁을 펼칩니다.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자’,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를 외치며 13개의 구체요구들을 내걸었습니다. 오직 기업과 자본의 이해에만 봉사하는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합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이번 기후정의파업의 요구와 주장을 알리기 위한 총 8회에 걸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https://april4climate.tistory.com/) <기자말>
[김상철 기자]
반복적인 목표, 계속 실패하고 있는 정부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법'에 따른 국가 계획인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전략' 및 '기본계획' 초안을 지난 3월 21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서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원회 등 기후위기 대응을 함께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비판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2021년에 발표한 국가감축목표의 상향안인 2030년까지 40% 감축목표를 유지했다는 것에 자화자찬했지만 이미 그때와 지금 사이에 구체적으로 확인된 감축목표의 실패라는 사실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문별로 보았을 때 수송 부문의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정부의 계획 발표에 앞서 공개된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발행한 '2021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실적 평가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수립한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에 진행된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대한 평가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한 평가 작업의 결과다.
이 보고서는 2021년에 상향된 국가감축목표 대신 2018년에 발표한 국가감축목표를 기준으로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연동한 연도별 감축목표가 달성되었는지, 달성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의 연도별 감축목표상 2021년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400만 톤 정도의 온실가스가 목표량보다 더 배출되어 2021년에는 총 6억799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다.
▲ 2021년 기준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지표 달성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발표한 ‘2021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실적 보고서’ 23쪽에는 계획 상 분야별 감축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와 함께 얼마 만큼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되었거나 줄어들었는지를 보여준다. |
ⓒ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
앞의 그림을 보면 감축목표를 가장 많이 초과한 것은 비율로 놓고 보면 폐기물 분야와 공공기타 부분이지만 초과량 자체는 타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오히려 직접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춰 배출량에 초점을 두면 건물 분야와 수송 분야가 유독 눈에 띈다. 이 두 부문에서의 초과 배출량은 1600만 톤에 달할 정도 인데 이는 같은 기간 에너지 부문의 전환에 따른 효과를 상쇄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3월 21일에 발표한 국가전략과 기본계획은 잘 해봐야 현상유지를 전제로 할 뿐이다. 이미 정부가 수립한 목표가 실패했고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확인이 되는데도 그사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2021년 계획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2030년, 2050년까지 유지해야 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계획보다 먼저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이 확인되는데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없다.
왜 교통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가
보통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인지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계획상 분야별 혹은 부문별로 수립한 목표에 대해 가시적으로 그 감축과정을 관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또한 각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은 목표가 수립되고 그에 따른 정책이 집행되더라도 해당 정책이 완료된 이후에 그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건물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를 한다고 해보자. 최대치로 보면 건물을 새롭게 지을 때 수반해야 하는 기준으로 달성할 수 있고, 최소한으로 보면 기존 건물에 대한 보완을 통해 달성할 수 있지만 각각은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온실가스 감축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고, 효과 발생 시간을 가장 단축할 수 있는 분야는 수송 분야, 그 중에서 교통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에 이르는 구체적인 목표치의 측면을 보자. 2021년에 발표된 국가감축목표(보통 상향된 NDC라고 부르는 것)에는 부문별로 구체적인 감축 수단을 명시하고 있는데 특히 수송 부문은 상당히 명확하다.
▲ 2030 NDC상 수송분야 감축 목표 2030 국가감축목표 상의 수송 부문 감축목표(위)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상 수송 부문 감축 수단(아래)은 공통적으로 수요관리 대책을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
ⓒ 김상철 |
▲ 2050 시나리오 상 수송분야 감축 수단 2030 국가감축목표 상의 수송 부문 감축목표(위)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상 수송 부문 감축 수단(아래)은 공통적으로 수요관리 대책을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
ⓒ 김상철 |
2030 국가감축목표 상의 수송 부문 감축목표(위)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상 수송 부문 감축 수단(아래)은 공통적으로 수요관리 대책을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수단이 자동차 주행거리의 감축이라면, 2050년까지의 감축 수단은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을 10%까지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통적으로 향하는 것은 승용차 통행량을 감축한다는 것인데, 2050 시나리오 상에는 이를 15% 감축하겠다며 2018년 약 6000만 통행량을 2050년 약 5100만 통행량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 통행량이라는 기준보다는 주행거리라는 기준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직접적인 지표이긴 하지만, 적어도 산술적으로 측정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관찰 가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틀림없다. 특히 수송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에너지 분야와 산업분야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분야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만큼 구체적이고 분명한 수단과 목표를 가지면서도 실행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유일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종된 주행거리 목표와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하지만 앞서 2021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평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송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그리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 해당 시기가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적으로 이동이 줄어들었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자동차 주행거리에 대한 데이터다.
▲ 2021년 기준 자동차 주행거리 현황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매년 자동차 총주행거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지방자치단체별 통계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 주행거리 지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
ⓒ 김상철 |
통상 정부나 정부 측 기관에서는 이것이 코로나19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현상이라고 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위의 시계열 자료에선 코로나19 시기인 2019년과 2020년을 고려하더라도 꽤 지속적으로 주행거리가 증가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이런 경향은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이런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2050 시나리오에서 정부가 스스로 내놓고 있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임으로써 가능하다.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이자는 것은 가급적 이동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자동차가 필요한 먼 거리 이동을 생활권 내 대안 교통수단(보행이나 자전거 등)으로 접근 가능하도록 도시공간을 개편하는 전략도 유력한 방법이지만 그 보다 더 직접적인 방법은 이동의 수단을 전환하는 것이다.
2021년 국토교통부 기준으로 한국에서 통행하는 승용차의 평균 재차 인원, 그러니까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2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승용차 한 대는 한 명의 이동에 대응한다. 이것을 집단적 수송 수단으로 전환하면 자연스럽게 개별 자동차의 주행거리 하나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정부 스스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수송 부문의 수단으로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을 지금보다 10% 이상 늘리는 것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수단분담률이란, 이동에 사용하는 수단들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대중교통과 자가용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이니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이 늘면 자가용 수단 분담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 제4차 대중교통기본계획 공청회 개최 공문 정부가 대중교통기본계획을 확정하기 앞서 실시한 공청회는 딱 한번 있었는데, 참여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중교통 이용자는 고사하고 기후위기 등 교통환경 변화를 제대로 짚을 수 있는 시민사회의 참여는 없었다. |
ⓒ 김상철 |
▲ 제4차 대중교통기본계회 상의 계획지표 부분 정부가 대중교통기본계획을 확정하기 앞서 실시한 공청회는 딱 한번 있었는데, 참여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중교통 이용자는 고사하고 기후위기 등 교통환경 변화를 제대로 짚을 수 있는 시민사회의 참여는 없었다. |
ⓒ 김상철 |
이 계획의 가장 황당한 부분은,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의 장기적인 목표를 현상 유지로 삼았다는 것인데 그것도 높은 목표이고 사실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이다. 물론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의 다른 정부들은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교통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대중교통 기본계획은 '코로나19가 한참이었던 2020년 수준을 유지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수준이다.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정책 대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은 계획을 수립하는 전문가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들 역시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에겐 현재의 교통체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이를 위해 대중교통 체계 중심으로 교통 시스템을 전환하는 필요성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교통요금 인상을 넘어서는 기후정의파업
한국 사회에서는 손쉽게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2022년 12월에 서울시가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노인 무임수송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통요금 인상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노인 무임수송의 문제는 중앙정부나 서울시 등 지방정부가 공공재정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조세를 통해서 형성된 공공재정을 운용하는 이유는 특정한 공공서비스의 부담을 모두가 함께 부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더구나 코로나19가 한참이었던 2019년과 2020년에도 서울시의 일부 시내버스 회사들은 현금배당을 할 정도로 수익이 나고 있었다. 서울시가 말하는 적자는 버스업체들의 적자라기 보다는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거나, 적어도 서울시가 말하는 적자가 과장되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해외 도시들의 경우에는 요금인상을 자제하거나 아예 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는 것이 비해, 한국 정부나 서울시는 별로 한 일이 없다. 그러면 대안은 있나. 당연히 수많은 대안들, 이미 검증된 대안들이 무수히 많다.
당장은 내연 자동차의 등록 제한 시기를 앞 당겨야 한다. 갱신 의무조차 없는 현행 버스 운영시스템 역시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사모펀드의 수익처가 되고 있는 준공영제는 대안이 아니다. 어차피 한계에 놓인 사업구조라면 빠르게 산업구조를 전환시켜주는 것이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히 대중교통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유가보조금으로 전용되고 있는 주행분 자동차세만 우선적으로 중앙정부 부담으로 가져가도 된다(유가보조금 정책은 지방세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그 부담을 지고 있다). 계속 일몰 연장을 통해서 존속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다른 목적세로 전환하고 그와 동시에 구시대적인 교통시설특별회계 구조 역시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토교통부의 쌈지돈 수준이라면 차라리 목적세를 폐지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중교통 목적교부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은 인상보다는 오히려 정기권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맞다. 적어도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정한 수준까지 교통요금 부담 수준을 낮춘다. 특정 시간대의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중교통 인프라의 확대가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주요한 사업체와 출근시간 조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교통유발부담금과 연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이 관료들이 이런 내용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대화를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기후정의파업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상 유지를 선택한 정부에 대해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고 분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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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상철씨는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입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공공 교통 문제를 의제화 하는데 필요한 자료나 정보, 그리고 사람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공식 이메일 2020optn@gmail.com 로 연락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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