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꺼졌지만... 홍성 주민들 "눈 감아도 연기 보여" 트라우마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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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피해를 겪은 충남 홍성 주민들이 인후 통증과 같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트라우마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만난 30여 명의 주민들은 호흡기 증상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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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기자]
▲ 충남 홍성군 서부면의 한 주택이 전소된 상태로 남아 있다. |
ⓒ 이재환 |
화재 피해를 겪은 충남 홍성 주민들이 인후 통증과 같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트라우마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심각한 증상이 발견되는지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일부터 홍성군은 서부면 보건소에 심리상담 지원팀을 급파해 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점검했다. 서부면 보건지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여 명 주민이 보건소를 찾아 진료받고 있다.
이재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서부면 문화누리센터에도 주민들의 심리 안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16가구 25명(10일 오전 기준)의 이재민이 머물고 있다.
지난 8일 서부면 보건지소와 서부면 문화누리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30여 명의 주민들은 호흡기 증상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들 대부분은 전형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였다.
▲ 서부면 보건지소에 진료를 받으러 온 주민 |
ⓒ 이재환 |
홍성군 보건소 관계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으로 두통과 수면장애, 가슴 뛰는 증상 등의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서부 보건지소에서 만난 안희옥 홍성군 보건소 치매관리팀장은 "어르신들이 잠을 잘 못 주무시기도 한다. 전형적인 PTSD 증상"이라며 "어르신들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불이 났을 당시에는 긴장했다가 산불 진화 후 긴장이 풀리면서 신체적인 증상으로 몸살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진료가 우선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민 등 산불 피해 주민들의 심리 상담지원을 하는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도 주민들의 현재 상태에 우려를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심리지원 B활동가는 "이재민 중 일부는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혈압이 높은 상태"라며 "'불을 끌 수도 있었는데' 하며 후회가 섞인 회상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령의 이재민들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돌보기 위해 화재 흔적이 남아있는 탄 집터를 오가며 스트레스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C활동가는 "가급적이면 이재민들이 화재 현장을 보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불탄 집에 반려동물이 있고, 농사를 지어야 하다 보니 자주 들르게 된다"면서 "강아지들이 주인이 주는 밥은 먹지만 타인이 주는 밥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 안 갈 수도 없다고 했다. 이재민들의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가도 집에 다녀오면 다시 우울감에 휩싸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택이라도 지어서 생활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물론 주거가 안정이 된 이후에도 심리 상담 지원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남도와 홍성군은 현재 이재민을 위한 공공임주택 지원과 주거용 임시 주택 지원 등의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택 59채, 축사 20동, 창고 24동, 비닐하우스 48동 등 172곳이 불에 탔다. 46명(34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고,가축 8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나들이 중 목격한 홍성 산불, 기자의 시점으로 본 시작과 끝 https://omn.kr/23fxg
▲ 지난 7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문화누리센터로 이동해 온 이재민 대피소 |
ⓒ 이재환 |
▲ 홍성 산불로 지붕이 타버린 주택. 홍성군 서부면 양곡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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