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대신 내가 찼어" 하루종일 발찌 차던 남편의 반전
남편의 과거 성범죄 이력을 뒤늦게 알게 된 탈북 여성이 혼인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탈북 여성 A씨를 대리해 지난 2월 이 같은 판결을 받아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인터넷 중매사이트에서 남편을 만나 3개월가량 교제한 뒤 지난해 3월 결혼했다. 신혼 초 A씨는 남편이 씻을 때나 잠을 잘 때 항상 발찌를 차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남편은 “과거 건달 생활을 하면서 후배들 대신 처벌받은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A씨는 미심쩍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A씨는 정기적으로 탈북자의 안부를 묻는 국가기관 요원에게 이 얘기를 꺼냈고, 성범죄 이력이 있는 경우 전자발찌를 찬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A씨가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서 남편의 이름을 조회하자, 남편이 10여년 전 특수강제추행, 특수강도강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알고 보니 남편은 A씨의 휴대폰을 이용해 2000만원의 카드 대출까지 몰래 받은 상태였다.
모든 사실이 들통나자 남편은 돌연 집을 나갔고, A씨는 지난해 혼인 취소와 위자료 1500만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법 최치봉 부장판사는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민법은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기로 인해 결혼을 결정한 경우는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남편이 자신의 범죄 이력을 미리 밝히지 않아 A씨에게 착오를 일으켰다”며 “만일 A씨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사기에 의한 결혼’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범죄경력은 결혼을 결정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나이나 결혼 기간, 결혼생활의 경위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는 800만원으로 정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김건우 변호사는 “온라인 중매가 늘어나면서 상대방 정보가 정확하게 고지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내 사정에 어두운 탈북자나 이민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확대해 불상사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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