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마스터스 역전 우승...마지막날 무너진 켑카, 53세 미컬슨의 불꽃샷
이은경 2023. 4. 10. 11:18
욘 람(29·스페인)이 역전 우승으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람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45야드)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8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4라운드를 선투 브룩스 켑카(미국)에 2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람은 이로써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 켑카와 필 미컬슨(미국)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켑카는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내내 선두를 지켰지만, 마지막 날 연이은 티샷 실수가 나오면서 우승을 놓쳤다.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 람과 켑카는 당당한 ‘헤비급’의 체격과 공격적인 샷으로 맞섰다. 특히나 람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켑카는 LIV 골프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어 대립이 심한 양대 투어의 자존심 대리전이 됐다.
4라운드 초반부터 켑카의 샷이 흔들렸다. 켑카는 파3의 4번 홀과 6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순식간에 두 타를 잃었다. 켑카는 마지막 날 6개의 보기를 범했고, 버디 3개를 잡아 3오버파를 쳤다. 반면 람은 3번 홀(파4)과 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켑카를 따라잡았고, 후반에 타수를 더 줄여 달아났다.
람은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 홀(파5) 그린 옆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4번 홀(파4)에서도 티샷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을 홀 1m 남짓으로 보내 연속 버디를 기록,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람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크게 휘었다가 나무를 맞고 튀었지만, 공을 찾아내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경쟁을 벌인 두 명 외에 마지막 날 화제의 주인공은 미컬슨이었다. 53세의 미컬슨은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는 무서운 기세로 최종 8언더파 280타를 기록, 3라운드 대비 순위를 18계단이나 끌어올렸다. 그는 버디 8개에 보기 1개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올랐다. 미컬슨은 마스터스 사상 톱5에 오른 최고령 선수가 됐다.
람은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324만 달러(42억7000만원). 올 시즌에만 벌써 4승째(통산 11승)이며, 메이저 우승은 2021년 US오픈 이후 두 번째다. 마스터스에서 스페인 선수가 우승한 건 2017년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후 6년 만이다.
람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그는 1라운드 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는데, 이걸 이겨내고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건 1952년 샘 스니드 이후 71년 만의 기록이다. 람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회 전에 풋볼 선수인 절친한 친구에게 응원 문자가 왔다. 그걸 읽고 나갔더니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고 말해 사람들을 웃겼다. 그는 “꿈꿔 왔던 일이 이뤄져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평소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울 일은 없다고 여겼는데, 오늘은 18번 홀에서 울 뻔했다”고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한편 타이거 우즈(미국)는 3라운드 잔여경기를 남겨두고 발바닥 통증으로 기권했다.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기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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