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마약과 전쟁, 바꿔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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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승리해 달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검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직전년도(1만6153명)보다 14% 가까이 증가한 1만8395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지난해 481명으로 10년 전(2012년 38명)보다 10배 넘게 폭증했다.
지난 1년간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이 37%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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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고든 마약 범죄, 갈수록 교묘해져
마약사범 재발 방지 대책에 초점 맞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승리해 달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최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건네고 이를 미끼로 부모를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충격"이라며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선 경찰서에서 진행하던 수사는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로 이관됐고 검찰 차원에서도 협조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기시감이 든다. 윤 대통령이 청년 정책을 주제로 토론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청년 마약 실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범정부 차원의 마약 대응 방안 수립을 지시한 게 불과 반년 전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윤희근 경찰청장 모두 이를 전후로 줄줄이 '마약 철저 단속'을 예고했다.
문제는 마약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점이다. 대검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직전년도(1만6153명)보다 14% 가까이 증가한 1만8395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올해 1∼2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만 2600여명으로 전년동기(1964명) 대비 32% 늘었다.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지난해 481명으로 10년 전(2012년 38명)보다 10배 넘게 폭증했다.
이는 경찰과 검찰이 단속을 강화한 결과도 한몫을 했다. '갑호비상에 준하는 의지'를 내세운 경찰은 지난 하반기 특별단속으로만 6000여명에 가까운 마약사범을 잡아들였고 법무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이 마약 범죄 대부분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난 2월에는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등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도 생겼다.
하지만 '마약이 일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강력한 수사와 단속만으로 끊어내기에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은 분명하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유통 구조로 이른바 '암수 범죄'도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수사와 단속, 강력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지금의 마약 대책으로는 더 이상의 손속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에 마약류 범죄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보호기관은 21곳이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이 전체 환자의 96%를 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이 37%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검수완박으로 마약범죄 대응이 허술해진 점도 점검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마약과의 전쟁'이 진영 싸움의 도구로 쓰이는 대목은 이제 정치권이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런 취지가 아니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법무부 장관 출신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던진 "시행령에 의한 검찰 직접 수사 부분 현상이 있다면, 수사를 받는 분은 민주당에 신고해 달라"는 발언은 검찰에 마약 범죄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낮에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피싱 사건으로 우리는 이제 '마약 신흥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처지에 놓였다. 대통령이 나서 범정부적인 공조를 당부한 만큼, 이제라도 정권 입맛에 맞춘 정책 결정으로 드러난 부실함을 인정하고 함께 보수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 범죄의 단속과 수사, 재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정치적, 사회적 조율의 대상이 아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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