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꺾였는데…다시 고개 드는 먹거리 인플레

권해영 2023. 4. 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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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먹거리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식량 가격은 안정세인데, 기업들이 이윤 확대에 집중하면서 식료품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처음엔 원가 상승으로 제품 판매가를 올렸지만, 이젠 이윤 확대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식료품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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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2월 식료품 가격 17.7% ↑
美도 식품 가격 상승폭, 에너지의 2배
기업들 이윤 확대 집중…ECB "기회주의적 행태" 비판

주요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먹거리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식량 가격은 안정세인데, 기업들이 이윤 확대에 집중하면서 식료품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우 지난 3월까지 1년간 식품·주류·담배 가격 상승률이 15.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이 이 기간 0.9% 하락한 것에 견주면 상승폭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식료품 물가 상승은 최근 유럽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 추세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10.6%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월 8.5%까지 내려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폭이 같은 기간 41.5%에서 13.7%까지 둔화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10%, 10월 15%를 돌파해 올 2월에는 17.7%까지 치솟는 등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월 국가별 식료품 물가를 살펴보면 독일(22.3%), 네덜란드(18.4%), 스페인(16.7%), 프랑스(16.1%), 이탈리아(13.5%) 등 주요 지역 모두 오름폭이 컸다. 헝가리는 식료품 가격이 무려 47%나 올랐다.

미국도 물가와 고용이 둔화하고 있는 추세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 2월 기준 1년간 미국의 식료품 물가는 10.2% 올라 상승폭이 에너지(5.2%)의 두 배에 가까웠다. 반면, 전체 물가 상승률은 올 2월 6.0%까지 하락했다. 3월 비농업 신규 고용도 23만6000명으로 전월(32만6000명) 대비 둔화했다.

전체 물가 지표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니, 먹거리 물가 상승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기업을 지목하고 있다. 사실 식량 가격은 내리고 있는데 기업들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 판매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식품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에서 올해 3월 126.9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과 관련해 (이 같은 상반된) 가격 지표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의 이익 확대"라고 설명했다.

ING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3년간 독일 농업 부문의 이윤은 63% 증가했다. ING은행은 "농업, 건설, 무역, 운송, 접대 등 부문에 걸친 가격 상승은 기업의 이익 증가로 설명될 수 있다. 높은 에너지, 상품 비용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처음엔 원가 상승으로 제품 판매가를 올렸지만, 이젠 이윤 확대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식료품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서민과 취약계층 생활고를 가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기업의 부담 확대, 제품 판매가 인상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중앙은행들도 기업의 이윤 확대를 눈여겨 보고 있다.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기업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 필 영란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 물가가 기후, 전쟁이나 (기업) 이윤 중 어느 것에 기인했든지 간에 중앙은행이 더 높은 금리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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