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젊은여성 배치한 '접수처', 100년만에 사라지나…"시대 뒤떨어져"

전진영 2023. 4. 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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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인건비 상승으로 무인화 추세
성역할 고정관념 깰 수 있는 기회로 주목

일본 특유의 대접 문화를 보여주는 기업의 접수처가 코로나19와 인건비 상승을 계기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보통 30대 이하 젊은 여성이 유니폼을 입고 손님을 응대하는 접수처 문화는 몇 년 사이 일본 내부에서도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세기 초부터 100년 넘게 유지됐던 이 문화도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우케츠케'(受付)로 불리던 접수처를 없애고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접수처를 무인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접수처는 한국의 '안내 데스크'와 비슷한 제도로 안내 외에도 방문객들을 개별 응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 기업들은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먼저 접수처에서 방문 용건 등을 밝히면, 접수처 직원이 담당자 확인을 거쳐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다.

접수처에서 방문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사진출처=마이나비)

그동안 기업들은 회사에 방문한 사람이 처음 맞이하는 창구라는 이유로 '회사의 얼굴', '직장의 꽃'으로 부르며 대부분 젊은 여성들을 고용해왔다. 최근에는 남성 직원도 고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30세 이하의 여성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접수처 업무 고용 조건에도 '23세~28세 여성' 등 연령제한을 내건 곳도 많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인건비 상승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며 이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일본 롯데는 팬데믹 이후 기업에 직접 방문하는 손님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해 여성 2명이 근무하던 접수처를 없애고 방문자 접수용 태블릿을 설치했다. 방문객이 직접 태블릿을 통해 만날 직원을 호출하면 해당 직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메신저에 '손님이 왔다'며 알림을 보내는 구조다. 접수 대신 위치 안내 등의 업무는 상주하는 경비원이 하도록 했다.

해당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 리셉셔니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며 이를 도입한 기업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 118만회를 기록했던 전체 태블릿 이용 횟수는 2022년에 204만회로 약 70% 증가했다. 리셉셔니스트 관계자는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접수처 업무에 드는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정도로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태블릿으로 방문을 접수하는 리셉셔니스트의 시스템.(사진출처=리셉셔니스트 공식 홈페이지)

다른 회사들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리셉셔니스트의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도 일본 오리온, 도쿄가스, 미쓰비시 부동산 등으로 다양하다. 한 대형 식품업체도 본사 접수처 직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고, 이마저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니케이는 이러한 변화가 근본적으로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의 접수처 문화는 20세기 초부터 기업에 도입돼 100년간 유지됐으나, 대부분 30세 미만의 여성을 선호하는 데다가 구두에 유니폼을 착용할 것 등의 규칙을 내세워 구시대적이라는 비판도 받는 상황이다.

혼다 유키 도쿄대 교수는 "접수처 등 대인 서비스에 여성을 배치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문화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며 "일본은 성별에 대한 편견이 강해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맞는 일은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의식이 뿌리가 깊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혼다 교수는 그러면서 "여성이 많은 직종일수록 비정규직이 많고 임금도 저평가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접수처 업무는 본사에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업체에서 파견한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변화는 시작됐지만, 여전히 '손님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맞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기업도 있어 풍토가 완전히 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형 보험회사인 메이지 야스다 생명의 총무부장은 "접수처를 무인화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접수 로비는 사실상 그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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