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보건소장, 참사 당일 개별적으로 현장 간 적없다"

檢 공소장에 담긴 그날의 행적
오후 11시25분께 자택서 나와
"11시30분 현장도착" 허위 판단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현장에 개별적으로 간 적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의료 지휘 목적으로 사고 현장에 도착했으나 진입하지 못하고 용산구청으로 돌아갔다는 그의 주장이 허위라고 결론냈다.

10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는 지난해 참사 당일 최 소장 행적이 상세하게 기술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 소장은 참사 당일(지난해 10월29일) 오후 11시25분께 자택에서 나왔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로부터 이태원 일대 상황을 전달받은 지 30여분 만이었다.

최재원 용산구청 보건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 소장은 이후 지하철에 탑승해 오후 11시46분께 녹사평역에서 내려 용산구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오후 11시54분께 구청 당직실에 도착한 그는 민방위복 상의를 입은 뒤 대기 중이던 용산보건소 신속대응반 직원들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 이튿날(10월30일) 0시6분께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최 소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30분께 개별적으로 현장에 도착해 의료 지휘를 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구청 내부보고서 등에도 담겼다. 검찰은 그러나 해당 보고서가 최 소장 지시로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담당 직원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간을 알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만들게 한 허위 보고서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최 소장은 이후 당시 현장에서 자신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오후 11시30분 이태원역 인근에 도착했으나 진입하지 못하고 구청으로 돌아갔다가 신속대응반과 함께 현장에 왔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는 담당 직원이 이같이 수정된 내용의 '현장응급의료소 운영일지'를 보고하자 그대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사고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찰은 최 소장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30분께 현장에 도착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 같은 방법으로 서울시 전자문서시스템 전자문서 총 5건에 허위사실을 입력하고, 행사했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최 소장에 대해 공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재판에 넘겼다.

최 소장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2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예정돼 있다. 최 소장 측은 첫 공판에서 검찰이 구성한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를 밝힐 전망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