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51)] ‘썰플리’ 이성준 PD가 제시할 ‘길거리 토크쇼’의 또 다른 가능성

장수정 2023. 4. 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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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듣는 노래, 모두 달라…길거리에 나가 불특정 다수에게 물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계속해서 변주를 주고 있다…인터뷰와 음악, 두 축을 발전 시키고자 한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성준 PD가 연출 중인 ‘썰플리’는 음악을 빼놓고 인생을 논할 수 없게 된 시대. 음악이 필요한 그 상황에 딱 맞는 노래를 ‘시민 DJ’들에게 추천받아 우리만의 플레이리스트로 완성하는 과정을 담는 길거리 토크쇼다.


이석훈이 진행을 맡아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연히 만난 시민들이 털어놓는 각양각색의 사연과 음악을 통해 형성하는 공감대까지. 토크쇼에 약간의 변주를 가했을 뿐인데, ‘썰플리’만의 매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PD 또한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썰플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이것을 ‘함께’ 만들어 보자’라는 가벼운 생각에서 시작을 하게 된 콘텐츠였던 것. 노래를 추천하고, 또 남의 추천곡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독특한 음악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내가 집에서 일을 할 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는 것이다. 원하는 무드가 있으면, 거기에 맞는 노래를 재생하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이걸 사람들과 같이 짜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거기에서 출발을 하게 됐다. 비 오는 날 듣는 노래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 않나. ‘그럴 땐 난 이걸 들어’라는 말로 대화의 문을 열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것 같았다. 여기에 ‘그럼 아예 길거리에 나가 불특정 다수에게 물어볼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길거리 토크쇼만의 매력이 더해져 ‘재미’와 ‘공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추천하는 것도 물론 재미지만,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각양각색 사연들을 접하는 것도 ‘썰플리’만의 관전 포인트다. ‘어른이 됐다고 느낀 순간’, ‘빌런썰’, ‘형제자매 싸움썰’, ‘우리 집에만 있는 규칙’ 등 매회 ‘‘썰플리’가 어떤 질문을 던질까’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다른 제작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주제를 선정한다.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쉬운 질문’이다. 질문이 생각나면, 그것을 제작진들끼리 던져 본다. 답이 바로 나오면 좋은 질문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다. 주제를 보고 공감을 하며 한 마디 더 얹을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더 재밌는 콘텐츠가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의 행동이 유발돼야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


물론 ‘썰플리’의 주인공은 사연을 털어놓고, 또 노래를 추천하는 시민들이다. 그러나 이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끌어내는 MC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멘토를 비롯해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나와 예능감을 뽐내던 이석훈이 이 콘텐츠에서는 진행자의 역할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썰플리’만의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음악 이야기는 물론, 처음 만난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며 토크를 끌어내면서 진행 능력까지 갖췄음을 보여주고 있다.


“길거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인지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트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음악과 관련된 사람이어야 주제가 산다고 여겼다. 이 세 가지를 다 충족하는 분이 많지는 않았다. 조사를 하던 중에 이석훈을 떠올렸다.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제안이라도 드려보자는 마음에 드렸는데, 마침 석훈이 형이 당시 유튜브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흔쾌히 하자고 말씀을 해주셨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다를 떨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 주셨다.”


‘썰플리’에 앞서 딩고, 스튜디오 룰루랄라 등을 거치며 웹 드라마와 웹 예능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들을 섭렵해 온 이 PD에게도 하나의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경쟁 콘텐츠들은 더욱 많아진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끊임없이 변주를 주며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계속해서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 이전에는 게스트들이 스튜디오에만 있었다면, 지금은 길거리를 함께 다니기도 하고. 앞으로는 더 쉬운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야기가 좀 더 빨리 나올 수 있는 것들. 결국에는 그것이 공감대가 더 높은 주제라는 것이다. 음악적인 부분도 더 강화를 하려고 한다. 라이브 콘텐츠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결국 ‘썰플리’는 인터뷰와 음악이 축인 프로그램이다. 이야기는 어떻게 더 재밌게 나누고, 또 음악은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해 발전을 시키고자 한다.”


이는 ‘썰플리’만의 목표는 아니다. 단순히 ‘보는’ 영상만이 아닌,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이 PD의 목표이기도 했다. 콘텐츠를 더욱 꾸준히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한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유튜브 시장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나와 우리 회사 벌스워크(VERSWORK)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상 콘텐츠를 게임 등으로 연결해 실감형 콘텐츠로 동시에 즐기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콘텐츠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플레이까지 하게 하는 과정에 있다고 여긴다. 그것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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