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형석 2023. 4. 10. 08:44
한국 배구가 김연경(35)의 '결단'에 주목하고 있다. 2022~23시즌은 끝났고, 배구 여제의 시간이 왔다. 모두가 그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 2월 중순 "은퇴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높은 자리(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어쩌면 이번 챔프전이 그가 선수로 뛰는 마지막 무대일 수 있어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14년 만의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 김연경은 한국도로공사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2022~23 V리그 한국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졌다. 2승 뒤 3연패.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다.
6일 경기 뒤엔 이례적으로 패배한 팀의 김연경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의 거취에 많은 관심이 쏟아져서다.
김연경은 "오늘도 경기장에 많은 팬이 오셨다. 내가 더 뛰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팬뿐 아니라 배구계 관계자의 생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요소를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며 선수 생활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의 거취는 2주 안에 결정날 전망이다. 사실상 해외 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9일 발표한 여자부 총 20명의 FA(자유계약선수) 명단에 김연경이 포함되어 있다. FA 협상 기간은 오는 22일 오후 6시까지다. 김연경은 "아무래도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많은 분이 원하시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모든 걸 결정하기가 어렵다. 쉬운 결정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만일 우승했다면, 결정이 달라질 수 있었느냐'는 말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선수 생활 연장과 FA 계약 여부, 그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다. 김연경이 갖춘 실력과 상징성 등 때문이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김연경은 여전히 V리그에서 최고 실력을 자랑한다. 정규시즌 공격성공률 1위(45.76%), 득점 전체 5위(669점, 국내 선수 1위)를 기록했다. 리시브(8위)와 수비(10위)에서의 역할도 컸다.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여파로 팀이 휘청일 때, 정신적 지주로서 흥국생명을 이끌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솔직히 김연경 한 명이 팀(흥국생명)을 단단하게 만들고, (상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떤 볼이든 처리할 능력 갖췄다. 김연경을 견제하다 보면 (흥국생명) 다른 선수들이 편해진다"고 했다.
당연히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는 김연경이다. 정규시즌부터 몇몇 팀이 김연경의 영입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는 구단이라면, 누구나 김연경을 탐낼 만하다. 팀 전력 상승은 물론 시청률과 관중 입장 등 구단 마케팅 등에서도 김연경의 영향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2023~24시즌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은 7억 7500만원이 최대치다. 그가 선수 생활 연장을 택한다면 구단 입장에서 어떻게 김연경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관심이다.
선수 생활 연장 시 김연경이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김연경은 국내에선 2005~06시즌 입단한 흥국생명 유니폼만 입고 활약했다. 그런데 해외 진출 과정부터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권순찬 전 감독 경질까지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김연경은 "FA 신분이 되는데, 원소속팀 흥국생명과도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잘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연경은 10일 열리는 2022~23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이 유력하다. 이 자리에서 향후 진로 및 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다. 배구 여제의 '입'에 이목이 쏠린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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