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직폭]④상사 괴롭히는 부하? 法, '사실상 우위' 따진다

김대현 2023. 4. 10. 07: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상급자의 지위와 권한, 나아가 조직 체계 전반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 비위행위 정도가 무겁다."

하급자가 단순히 불만을 표시하는 것 이상으로 상급자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고통을 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상급자의 지위와 권한, 나아가 조직 체계 전반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 비위행위 정도가 무겁다."

직장 내 괴롭힘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가하는 것이란 통념과 달리, 하급자의 괴롭힘에 상급자가 피해를 겪는 사례도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한 행위’를 말하는데, 법원과 행정 기관은 단순히 직급이나 직위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우위 관계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하급자의 괴롭힘을 인정한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중앙노동위원회는 그룹원 19명이 단체로 상급자를 괴롭힌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그룹장에게 사임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걸거나 홍보물을 뿌렸고, 연판장을 작성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룹장이 이 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고 근무 환경이 악화한 점에 주목한 중노위는 "비록 하급자여도 수적으로 많을 땐 직장 관계상 우위가 인정된다. 다수에 의한 괴롭힘 행위가 직장 질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모 금융사 직원 A 씨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8년부터 2년간 상급자에게 성희롱하거나, 고참인 선임 과장과 함께 이 상급자를 따돌렸다. 과장의 신고를 받은 회사는 조사 끝에 A씨를 해직했다.

A씨가 불복소송을 냈지만, 2021년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본인은 피해자보다 직위가 낮지만, 원고와 피해자, 선임 과장 등 모두 3명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선임 과장과 합세하는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를 상대로 지위 및 관계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우위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괴롭힌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관계의 우위에 대해 근속 연수, 전문지식, 연령, 학력, 성별, 출신 지역, 직장 내 영향력, 정규직 여부 등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최근 한 외국계 회사는 하급자가 상급자로 들어온 ‘같은 고향 후배’에게 오히려 업무적으로 선배 행세를 한 일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남성이고 연장자인데다 근속 연수도 더 많은 하급자와 여성 상급자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최지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상급자가 정당한 업무 지시를 내렸음에도, 하급자가 반복적으로 불복종을 하고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압박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급자가 단순히 불만을 표시하는 것 이상으로 상급자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고통을 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사실 조사, 판단 차원에서도 회사는 상·하급자를 막론하고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인지에 대해 취업규칙이나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바꿀 땐 노조의 협의가 필요하므로, 회사가 이 부분을 선제적으로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