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바겐세일 할 때 현대차그룹 '제값받기' 통했다
현대차·기아, 제값받기 정책 고수
현대차·기아, 1분기 역대 최대 실적 기대
테슬라, 1분기 영업익 컨센 전년비 15% 감소
올해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완성차 메이커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다. 두 회사 모두 빠르게 글로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으나 수익성에선 대비된다.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수익성을 놓쳤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배분하며 '제값받기' 정책을 고수했다. 덕분에 점유율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10일 블룸버그와 에프엔가이드를 보면 올해 1분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4조8293억원으로 집계됐다. 컨센서스대로라면 현대차·기아는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전년 대비 15% 감소한 30억7000만달러(약 4조493억원)로 집계됐다. 테슬라의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2년여 전부터 테슬라는 매 분기 세자릿수 또는 두 자릿수 이상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시작한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이 수익성엔 오히려 독이 됐다. 테슬라는 올해 1월부터 미국과 중국에서 모델3·모델Y 등 주요 차종을 대상으로 최대 20%까지 가격을 내렸다.
가격 인하에 따른 효과는 확실했다. 테슬라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42만2875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역대 최대 판매 기록보다 판매 성장세 둔화에 주목한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 성장률은 36%. 한때 80%를 넘었던 성장률과 비교하면 최근 4년 내 최저 수준이다.
공급 부족 핑계를 댈 수도 없다. 1분기 테슬라 글로벌 생산량은 44만대로 판매량(42만대)을 넘어섰다. 생산이 충분했음에도 수요 부진으로 판매가 둔화된 것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미국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가격을 내렸다. 대상 차종은 플래그십 라인업인 모델 S와 모델 X다. 업계는 테슬라가 50% 이상의 판매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가격을 내렸다고 본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가격 인하는 결국 수익성 부진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 증가한 178만8016대를 팔았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량 판매 비중을 적절히 조정하며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통상 아직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못한 전기차는 수익성이 낮고 내연기관차가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신차의 차종이나 사양이 경쟁업체 대비 '하이엔드(high-end)'에 집중된 점도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법인·렌터카·중고차 업체를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플릿'과 장기간 차량을 임대하는 '리스' 비중을 늘렸다. 플릿과 리스를 활용하면 IRA를 적용해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현지 생산 계획도 앞당겼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의 가동 목표 시기를 내년 말에서 내년 중반까지 앞당길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테슬라가 시작한 가격 인하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기아 IR 관계자는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가격 인하인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의 일환인지 알 수는 없다"며 "인센티브와 고비용 채널을 최소화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우리만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테슬라는 IRA 세부 지침이 오는 18일부터 적용됨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새롭게 경쟁을 시작한다. 최근 미국·일본 브랜드 점유율 확대가 주춤한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테슬라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회사 마크라인즈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현대차그룹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1%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테슬라는 4.3%로 0.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차 브랜드 3사(도요타·혼다·닛산) 점유율은 28.8%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차 브랜드 3사(GM·포드·스텔란티스) 점유율도 39.4%로 1.2%포인트 내렸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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