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한동훈 또 '마약과 전쟁', 그동안 뭐했나
<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충재 기자]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검찰청 종합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정책현장 간담회를 위해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았다. 2023.4.7 |
ⓒ 연합뉴스 |
최근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수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서울 도심 학원가 한복판에서 마약이 버젓이 시음 음료로 나온 것은 충격적입니다. 마약이 청소년층에게까지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검경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뿌리뽑으라"고 지시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다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마약범죄 엄단 지시가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합니다. 노조 불법 행위 엄단 등 '법치'를 내세운 강경대응이 지지율 상승을 가져왔듯이 '마약과의 전쟁'도 법치 확립 차원에서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해왔던 '마약과의 전쟁'이 이번 사건에서 보듯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됩니다. 실질적 성과는 내지 못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편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0월 '마약과의 전쟁' 선포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발언만 해도 지난해와 판박이입니다. 한 장관은 지난해 10월 13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며칠 뒤 윤 대통령은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서도 똑같은 지시사항을 내리는 건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셈입니다.
한 장관은 앞서 지난해 9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어든 데 대한 반격이었습니다. 검찰은 시행령 통과 뒤 마약 범죄 대부분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두 달 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당시 마약과의 전쟁이 검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검찰이 마약수사에서 성과를 내 수사권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습니다.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마약과의 전쟁'이 정부에서 우선순위인지 회의적입니다. 일례로 올해 법무부 마약 수사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한 푼도 늘지 않았습니다. 마약과의 전쟁 선포에 앞서 정부 예산이 이미 짜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터무니 없습니다. 정부가 그렇게 역점을 둔 정책이라면 추후 심의과정에서 얼마든지 늘릴 수 있습니다. 검찰에 마약 수사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현재 검찰 마약 수사는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반부패부에 더부살이 중입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마약 수사가 한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마약과의 전쟁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경찰과의 공조 수사 미비 탓도 있습니다. 지난 2월 검찰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이 출범했지만 경찰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두 기관이 수사하는 방식이 다르다"면서 "검찰은 대규모 유통 등 하향식, 경찰은 투약 사범 단속 등 상향식으로 각자 수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경찰 내에선 "검찰이 경찰의 수사력을 불신해 배제한 것"이라는 얘기가 퍼졌습니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이 터지자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검찰에서 경찰의 마약수사에 긴밀히 협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검찰에 경찰과 공조 수사 체계 구축을 지시한 겁니다. 한 장관은 여러 차례 "왜 마약, 깡패 수사를 못하게 하냐"고 야당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준 수사력은 고도화되고 있는 마약범죄 대응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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