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 대통령실 이전 앞두고 여당도 ‘도청’ 경고했다
국정원 출신 민주당 김병기, 도청 문제 경고
군 출신 국힘 신원식 “기무사 근접 필요” 당부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정부를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이번 도·감청 논란의 책임이 용산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서 비롯됐다며 대통령실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도청 등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의원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두고 ‘도청 문제’를 걱정한 것은 지난해 5월 4일 열린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회의록에 담겨 있다.
10일 국민일보가 확인한 국회 인사청문회 회의록에 따르면 육군 중장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대통령실이 들어갈 곳은 인부 3명당 경호처에서 1명씩 나와 따라붙어서 아주 면밀히 통제하고 있어 걱정이 안 된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합참 신청사로 들어가는 부분은 아주 혼란스럽다”고 지적하면서 “도청 장비”를 언급했다. 이어 “여기 혹시 기무사가 근접하고 있느냐. 대통령경호처에서 하는 수준으로 인부당 기무사 요원을 붙여서 잘 체크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국군기무사령부는 군사 기밀에 대한 보안 감시를 전담하는 곳이다. 현재는 국군방첩사령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직접 확인은 못했지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자 신 의원은 “서욱 장관(당시 국방부 장관)님과 협조해서 혹시 안 되면 경호처에서 하는 수준 정도로 인부당 기무사 요원을 붙여서 인부들이 불쾌하지 않게 잘 체크했으면 좋겠다”며 재차 당부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끝나고 나면 현 시설에 대해 아주 강도 높은 보안 진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도청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자 “김 의원의 말씀에 동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도청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국가정보원 출신의 김 의원이었고, 이에 육군 중장 출신인 신 의원도 보안 문제에 적극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의원은 국방부 대통령 집무실 공사 현장 사진을 제시하며 “내가 만약 외국의 정보기관원이면 저기다가 도청장치를 설치했을 것”이라며 도청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김 의원은 “보안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도청장치’를 구체적으로 경고했다.
김 의원은 “2005년 5월에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해 무려 15년 만에 완공했다”며 “도청장치 때문이다. (공사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도청장치가 끊임없이 발견됐다. 벽과 벽 사이 시멘트에서 발견된다든지 상상도 못할 도청장치가 발견돼 참다못한 미국이 건물을 부수고 모든 자재를 미국에서 직접 가져와 건물을 지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하는 데 저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설보완이 완벽하게 된다고 보느냐”며 “내가 만약 외국의 정보기관원이면 저기다가 도청장치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현장이)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저 혼란함을 파고들어 저 널브러져 있는 자재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고 그러면 할 수만 있으면 당연히 하는 것”이라며 “저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순간 우리나라의 모든 정보는 정보기관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집무실 이전의 정확한 논의 과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직언을 드릴 위치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번 도·감청 논란에 대해 ‘용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4성 장성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대형 보안사고”라며 “이번 사태는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는 졸속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돼 있을 수 있다. 일부 보도에서는 우리 정부의 NSC 회의까지도 도·감청되었다고 한다”며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졸속으로 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하여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대통령실 담벼락 바로 옆에는 주한미군 기지가 있다. 우리 당은 섣부르게 대통령실 이전을 발표할 때부터 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도청이나 보안 조치 등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런 우려가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신호정보(signals intelligence)’를 통해 확보한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도·감청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두 사람이 내부적으로 논의한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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