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반도체로 세계 클라우드 시장 진출, 또다른 한류”

김경미 2023. 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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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인터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두 국가대표,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함께 만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연내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용도에 맞게 내부 회로를 바꿀 수 있는 반도체)로 나온다. 두 회사는 우선 FPGA 형태로 AI반도체를 개발한 뒤 시험을 통해 양산을 결정하기로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5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클라우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올해 안에 FPGA 형태로 AI반도체를 개발하고, 테스트를 통해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접 개발한 AI반도체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대체해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5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올해 초 김 대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의 AI·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한다. 삼성전자는 그간 AI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회사)인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주문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위탁 생산(파운드리)해왔으며, 지난해 12월부터 네이버와 손잡고 자체 AI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현재 전세계 FPGA 시장은 인텔과 AMD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빠른 개발과 오류 수정이 쉬워 AI 등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 작업에 강점이 있지만, 소비 전력이 커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앞서 SK텔레콤 사피온도 FPGA를 개발한 뒤, 이 설계를 바탕으로 ASIC AI칩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비싼 외산 칩 대신 자체 AI반도체를 사용하면 클라우드 서비스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대한민국이 만든 반도체로 전 국민에게 경험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AI 반도체가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한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에 힘을 합친다고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과 정석근 네이버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만든 AI반도체는 ‘팀 네이버’의 해외사업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네이버·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전환(DX)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일본·싱가포르에서도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고 몽골·베트남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 표준이 아닌 각국 정부의 규정을 준수하는 ‘소버린 클라우드’로 현지 정책에 맞게 서비스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은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했다. 1784에서 로봇팔 앰비덱스와 포옹하고 있는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사진 네이버]

최근 네이버클라우드는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광주를 포함해 총 2곳에 대용량·고성능 연산이 가능한 상용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실증하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국가 기반 사업이자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사업”이라며 “민감 정보가 국가의 영토를 벗어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는 7월 공개될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021년 세계에서 3번째로 출시한 한국 최초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발전시킨 것으로,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챗GPT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럽다”며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한국 문화와 윤리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 “20년 전 네이버가 초록 검색창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다시 한번 국가대표 정보통신(IT) 기업으로 관심받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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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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