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징역 30년" JP모건에 수천억 사기…30대 여성CEO 정체
미국 대학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을 창립한 뒤 이 회사를 JP모건체이스에 수천억 원대에 매각한 찰리 제이비스(31)가 재판에 넘겨졌다. 수백만 명의 가짜 회원 자료를 만들어 회사 규모를 부풀려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JP모건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전신·은행·증권 사기 등의 혐의로 최대 징역 30년형을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와튼 스쿨 출신 젊은 CEO로 등장
2017년 제이비스가 세운 회사 '프랭크(frank)'는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신청을 간소화해주는 사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선 대학 학비가 비싸 대출 수요가 높고, 학자금 신청을 위해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프랭크는 개인별로 적합한 대출 상품을 추천해주고 신청을 도왔다. 학비를 선지급한 뒤 대출이 실행되면 돌려받는 프로그램도 운용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와튼 스쿨 출신의 당시 20대였던 제이비스가 CEO로 전면에 나서면서, 프랭크는 투자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스라엘 대형 벤처회사 '알레페' 등이 초기 투자자로 나섰고, 프랭크는 '혁신적인 핀테크(NYT)', '선구적인 비즈니스 모델(CBS)' 등으로 평가받았다. 제이비스는 2019년 포브스 선정 30세 미만 기업인 30인 안에 들기도 했다.
2021년 9월엔 JP모건이 프랭크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월가(街)가 크게 술렁였다. 인수금은 1억 7500만 달러(약 2300억원)에 달했다. FT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투자자들에게 다소 공격적으로 인수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진 거래였다"며 "인수 두 달 전, 다이먼이 직접 제이비스에게 인수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제이비스는 JP모건 이사진으로 합류하며 4500만 달러 (약 594억원)를 벌었다고 한다.
“회원 수 10배 이상 뻥튀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JP모건에 비상이 걸렸다. 프랭크로부터 건네받은 회원 데이터를 이용해 마케팅에 나섰지만 크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FT는 "e메일 수신·회신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며 "JP모건은 의심 끝에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수사 결과 실제 회원 수는 30만명 수준이었지만, 프랭크는 400만명의 정보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 과학 분야의 교수를 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미 수사당국은 제이비스가 직접 허위 자료를 넘기는 과정을 관리·감독했다고 봤다. NYT는 "인수 전부터 JP모건을 속일 의도로 회사 규모를 과장했다는 혐의를 받는다"고 전했다.
‘올해의 창의적 기업가’에 뽑히기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제이비스는 골드만삭스 등 유명 금융회사에 30년 넘게 몸담았던 아버지로부터 경제·금융의 흐름을 배웠다. 대학생 시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소액 금융 지원을 하고 경제 교육을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파버 업(Pover Up)'을 설립하기도 했다. 당시 미 전역에서 큰 호응을 끌어내 스타트업 매체 '페스트 컴퍼니'가 뽑는 '올해의 가장 창의적인 기업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같은 성장 배경은 제이비스가 프랭크 창립 뒤 유명 투자자들 눈에 드는 데 도움이 됐다. 이스라엘 벤처 투자회사 '알레페'의 창업자 마이클 아이젠버그,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의 설립자 마크 로완 등이다. FT는 "카리스마 있는 젊은 창업자가 우량 기업의 설립자들을 끌어당기고, 조언을 받고, 신망을 얻는 전형적인 사기 범죄의 유형을 따랐다"고 보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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