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콕 찍힌 '대만 여걸'…'고양이 외교'에 워싱턴이 친구 됐다 [후후월드]
"와, 중화인민공화국(PRC)이 저를 두 번째로 제재했네요." 샤오메이친(蕭美琴·51)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가 지난 7일 중국으로부터 '영구 제재'를 받은 후 트위터에 쓴 글이다. 지난주 차이잉원(蔡英文·66)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고 현지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동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한 중국이 내린 맞대응 조치였다.
앞서 샤오메이친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당시에도 중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번 제재와 관련, "보통 대만 고위급 인사들은 중국을 찾지 않고 중국 법원은 대만에 대해 관할권이 없기에 중국의 이번 제재는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실효성을 떠나서 중국이 샤오메이친을 콕 찍어 제재한다고 발표한 것은 역으로 미국에서 높아진 대만 외교의 위상을 보여준단 분석도 있다.
실제 샤오는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戰狼·싸우는 늑대) 외교'에 대비되는 '전묘(戰猫·싸우는 고양이)' 외교를 내세우며 워싱턴 정가에서 고위 공직자, 의원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전했다.
샤오는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외교는 팽팽한 밧줄 위를 경쾌하고 유연하게, 균형 있게 걷는 고양이와 같다"면서 "비판과 욕설을 반복하는 중국의 오만하고 무례한 외교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비굴하지 않으면서 교양있는 언행, 부드러우면서 굳건한 자신감이 핵심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이러한 '전묘' 외교는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 마샬 펀드'의 중국 전문가인 보니 그레이저는 지지통신에 "샤오 대표는 정말로 워싱턴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샤오가 미 공화당·민주당 가릴 것 없이 정기적으로 주요 의원들과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접대하며 친분을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샤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인 커트 캠벨과도 수 년간 사귄 '지기'로 통한다. 지난해 샤오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배경인 델라웨어 출신 정치인들을 위한 '델라웨어 나이트'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한다.
샤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NSC 보좌관이었던 존 볼턴과도 친분이 깊다. 지난해 10월 10일 대만 국경절 행사에서 샤오는 트럼프 시절 인사까지 초대해 두루 챙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NYT에 "대만은 어느 나라보다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 대표를 두고 있다"면서 샤오의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샤오는 (직업)외교관 출신은 아니지만, 경험이 풍부하다"면서 "실용적이고 국제적인 정치 능력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을 고려해 대만 외교관과의 접촉에 매우 신중했고 공식 만남도 극도로 자제했다. 그러나 샤오의 부임 이후 워싱턴 정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샤오는 1979년 미국-대만 단교 후 미국의 정식 초청을 받은 첫 주미 대표였다고 NYT가 전했다.
해외에서 존재감이 높아진 그가 내년 대만 대선에서 민진당 부통령 후보로 낙점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대만 현지 언론 중에선 "라이칭더(賴清德) 현 부총통이 총통, 샤오 대표가 부총통이 되는 ‘라이-샤오’ 조합이 최강으로 꼽힌다"는 보도가 나온다. 샤오가 조만간 귀국해 대만 국내 정치에 뛰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본인은 "대만의 대외 환경을 더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게 현재 유일한 목표"라면서 선을 긋고 있다.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만 타이난에서 살다가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저지주의 몽클레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오벌린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영어가 능통해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수행 통역을 맡기도 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총통부 국가 안전회의 위원 등을 거쳐 2020년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가 됐다.
샤오는 '전묘외교'의 선봉장답게 고양이 4마리와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자유시보에 "고양이는 가족이다"면서 "미국에 데려올 때 모든 비용을 자비로 지불했고 나랏돈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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