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S수신료 분리징수 가닥…尹정부 "비정상의 정상화"

현일훈 2023. 4.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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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KBS TV 수신료(월 2500원)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기로 가닥을 잡고 곧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KBS 수신료는 1994년 수신료 합산 징수에 대한 근거 규정이 새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당연히 분리해 징수했고, 그것이 국민 이익에도 부합했다”며 “이번에 합산 징수가 없어진다면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화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징수된다.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에서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전기 요금과 함께 징수해 왔는데, 이런 강제 징수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홈페이지 ‘국민참여 토론’ 코너에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 국민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날까지 한 달(3월 9일 ~ 4월 9일)간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징수 방식 개선에 대한 추천(찬성)이 96%로 비추천(반대)을 압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언급하면서 “국민의 뜻을 따를 것이다. 확실하게 손을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조만간 KBS 수신료의 징수 개선안을 관련 부처에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내용을 법안으로 낸 적이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17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시키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KBS를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점 등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실은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 개정 보다는 시행령을 손 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도 가능한 방식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 통신자문특별위원인 김진욱 변호사는 통화에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에는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를 개정하면 분리 징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KBS 수신료 합산 징수는 한전과 KBS가 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는데, 2024년 말에 만료된다.

대통령실 내에선 이참에 수신료 징수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널이 다양화되고 뉴미디어(유튜브·넷플릭스 등)가 등장하면서 시청자 선택권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는데 KBS 수신료를 전국민적으로 납부하는 게 정당하냐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매달 통신사에 요금을 내면서 방송(KBS 등)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데도 TV수상기가 있다는 낡은 이유 때문에 이중(통신요금과 수신료)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인수위에서 선정한 120대 국정 과제에서 “공영방송의 위상 정립과 공적 책무 이행을 위해 경영 평가, 지배 구조, 수신료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해 지난 3월 9일부터 4월 9일 여론 수렴을 진행했다. [국민제안 홈페이지 캡처]


반발도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것”(3월 13일 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성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지난 5일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찬반 의견 수렴에 대해 “한 명이 SNS 계정을 바꿔가며 로그인할 수 있어 중복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수신료를 분리 징수를 할 경우 KBS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분리 징수를 하면 현재 6800억원 정도인 수신료 수익이 2000억원 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적자 구조가 굳어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KBS가 자구책을 내놓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KBS가 인건비 등 방만한 경영을 계속하면서 수신료만 올려 달라고 하기 때문에 인상 요구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며 “공적 가치 실현 방안, 콘텐트 투자 강화와 같은 논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일훈ㆍ홍지유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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