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도 못 막았다…10살 초등생 숨지게한 대낮 만취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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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반병 마시고 운전대 잡아”
대전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음주 운전 사고로 초등학생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자는 운전대를 잡기 직전까지 대낮에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도심 한복판 도로를 7~8㎞를 달리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A씨(66)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9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당시 A씨가 몰던 승용차는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10살 B양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0시간이 지난 9일 오전 1시께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3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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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인도 덮쳐 초등생 4명 사상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일 낮 12시쯤 지인들과 모임을 겸한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오후 2시쯤 운전대를 잡았다. A씨와 모임을 가진 사람들이 음주 운전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에 대해 경찰은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관계자는 “A씨가 점심 모임에서 소주 반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했다”며 “식사 장소에서 사고 지점까지는 7~8㎞ 정도 떨어져 있다. 집 근처에 거의 다 와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회사 퇴직자인 A씨는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고 한다. 사고 당시 승용차에 동승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차에서 확보한 블랙박스와 목격자 진술, A씨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안전법이 시행 3년을 넘었지만,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이 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건널목을 지나던 김민식 군(당시 9세)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법을 말한다. 어린이보호구역 자동차 통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다. 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2020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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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시행에도 사망 사고 잇달아
대전 음주 사고에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비슷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30대 B씨가 언북초 앞 교차로를 지나던 중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이 학교 3학년 남학생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고다. B씨는 사고 직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 학생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B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8%로,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약 930m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민식이법 시행과 함께 음주 범죄 억지력을 높이는 단속제도가 동반돼야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는 “형량을 높이면 범죄 억지력이 향상될 것이란 가정에 따라 민식이법이 도입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미국처럼 음주 사고가 빈번한 식당 근처에 경찰이 잠복했다가 사전에 차단하는 음주단속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속도로 암행순찰 도입 후 과속이나 차선 급변경이 많이 준 것으로 안다. 음주 운전도 사전 단속으로 ‘반드시 발각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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