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억하며

2023. 4.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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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삶이 영속하리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직접적인 관계 속에 놓인 타자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어온 유명인의 경우 그의 죽음을 상상하기가 특히 어렵기도 한데, 나에게 가장 죽지 않을 것 같았던 인간 개체는 데이비드 보위였다.

그의 음악을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나로서는 죽음이나 노화와 같은 인간적인 사건은 왜인지 그를 비껴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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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삶이 영속하리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죽음을 직면하기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죽음을 경험해본 적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 역시 영원할 것이라 쉽게 착각한다.

직접적인 관계 속에 놓인 타자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어온 유명인의 경우 그의 죽음을 상상하기가 특히 어렵기도 한데, 나에게 가장 죽지 않을 것 같았던 인간 개체는 데이비드 보위였다. 아마 록스타로서 그의 행보가 우주적이고 탈인간적인 분위기를 지향했던 점이 클 것이다. 그의 음악을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나로서는 죽음이나 노화와 같은 인간적인 사건은 왜인지 그를 비껴갈 것 같았다. 그가 인류의 가장 보편적 질환인 암으로 인해 병사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나뿐 아니라 많은 팬들에게 실감하기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언젠가 세상을 떠나리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되는 예술가도 있다.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4년 직장암 투병 사실을 밝히며 이후 예술가로서의 말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은 이미 투병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병마를 이겨내기를 염원하면서도 그의 마지막을 상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올해, 만우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부고를 듣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하며 그의 음악을 다시 찾아들었다. 나 역시 그날 이후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내내 듣고 있다. 투병 중에도 매일 바흐의 평균율을 연주하며 음악적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자주 듣던 이 음악이 이젠 세상을 떠난 이의 것이라는 사실이 실감하기 어렵다.

오늘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라던 빗소리가 서울에 가득하다. 삶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그의 말을 그의 음악과 빗소리 안에서 다시 듣는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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