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저출생 대책에 결정적 한 방은 없다
대한민국이 사라질 위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61명은 물론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1.16명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베이비붐 시기 약 100만명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어린이집, 유치원은 물론 모든 학교의 현재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숫자다. 2024학년도 대입 선발 인원은 총 51만명으로 현 출생아가 모두 대학을 가더라도 절반이 문을 닫아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래 경제성장률이 2060년대 -0.1%, 2070년대 -0.2%로 전망돼 세계 주요 국가 중 40년 뒤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는 나라다. 이 암울한 전망의 원인도 인구 절벽이다. 이렇듯 심각한 문제인데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관련 예산으로 약 320조원을 투입했다. 이는 18세 미만 아동 724만명에게 1인당 1년 4400만원, 한 달에 368만원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액수다. 물론 이에는 군무원·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등 저출생 대책과 관련성이 낮은 과제가 다수 포함돼 있다. 또한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어떤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체계적 평가 없이 진행돼 백화점식 정책들이 재탕·삼탕으로 나열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7년여 만에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결정적 한 방을 기대했고, 그 한 방이 없다는 데 실망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저출생 대책에 결정적 한 방이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이미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모든 사안에는 찬성과 반대, 이상과 현실 등 양극단이 있다. 사람도 다양하고 상황도 복잡하기 때문에 해결책은 양극단보다 중간 어디쯤인 경우가 많다. 그 어디쯤 서야 할 곳을 찾는 게 어렵다. 그 어려움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결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자리와 주거가 안정돼야 하며,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돌봄과 교육이 충분히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제들은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의 난제다. 이들이 얽혀 있는 저출생 문제는 난제 중 난제다. 태어난 아이들이 소중히 여겨지고 부모 인생도 자녀로 인해 풍요해져서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다. 아직도 한 달에 서너 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사망하고 노키즈존과 같이 아이를 환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존재한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과 공간에 인색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경력단절 없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며 여유를 가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 자신도 행복하지 않고 내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다. 동물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 출산을 중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청년층에게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던 과거 행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합리적 선택이라 판단하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고, 이 선택이 행복한 결정이 되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대심리가 좌우하는 출산 특성을 감안하면 커다란 호재가 없는 한 올해도 출산율 반전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20년 후에야 그 효과가 나타난 것처럼 초저출생의 반전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온갖 사회 문제가 얽혀 있어 한 방에 초저출생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출생 관련 정책 요구도와 효과성을 철저히 분석해 정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저출생 대책의 총괄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장기적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는 비단 정부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도 저출생이 내 일상에 연결돼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국가 존립과 관련되므로 모든 지혜와 역량을 집중해 해결해야 할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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