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은의 트렌드터치] 곁에 있는 미래
테슬라는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테슬라의 마스터플랜 3.0을 발표했다. 2006년 첫 마스터플랜, 2016년 2차 발표에 이어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당겨진 3차 발표에서는 주요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전기화(Electrification)를 위해 배터리는 물론 전력 변환 장치와 전력 시스템을 제어하는 모든 밸류 체인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회사를 넘어 에너지 회사로서의 본색이 본격화하는 중이다.
전기차를 매개로 재생에너지 생산과 저장을 통합하는 생태계를 구축 중인 테슬라가 계획대로 기가팩토리를 통해 비용 절감에 성공함으로써 전기차 연 2000만대 양산 목표가 실현되면 테슬라의 영향력은 도로에서 일반 가정으로 침투할 것이며 집 안과 밖의 그리드를 잇는 에너지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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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측
미래는 예언 아닌 발견하는 것
전문가 토론으로 합의점 도출
미지의 것을 찾아내려는 용기
」
2054년을 배경으로 한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는 당시 미래학자들이 참여해 만든 미래상을 적절한 긴장감과 화려한 기술로 표현해 큰 이슈를 만들었고, 아직도 SF영화의 교본으로 회자한다. 개봉 20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기술예측이 얼마나 현실화했는지를 짚어보자. 매일매일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자동잠금을 해제하는 데 홍채인식이 보편화했고, 당시 센세이셔널했던 투명 디스플레이는 제품으로 출시됐으며, 풀터치 스크린이나 허공의 제스처를 인식하는 동작 기반 입력기술 역시 게임에 상용화돼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설파했다. 1만 시간 동안 갈고 닦아 자신만의 영역에서 도가 튼 사람들, 이들은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남다른 혜안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물으면 그들의 내공이 시계열적으로 체계를 갖추어 적중률 높은 예측을 해낼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이 작용하는 미래예측법이 델파이(Delphi) 기법이다.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한 미래예측 기법으로 1950년 미국의 랜드(RAND)연구소에서 개발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델파이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듣고 반문하고 다른 전문가와 비교하여 또 익명으로 서로 토론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간접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의견의 합의점을 찾는다.
델파이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신성시되던 신전으로, 예지(豫知)의 신(神) 아폴로의 신탁 이름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아폴로 신의 역할은 빅데이터와 AI가 담당한다.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시간문제도 아니고 투자와 해석의 문제다. 도처의 디지털 족적들로 패턴 도출, 즉 앞일의 맥락 추론이 가능하다. 이제 미래는 예측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당장 처한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예견하는 통찰력도 훈련될 수 있으며, 이 훈련에 임하는 기본 요건은 미지의 영역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다.
미래는 아닐 미(未), 올 래(來), 즉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래(來)’는 보리 맥(麥)에서 유래되었는데 가을에 심어 봄에 거둬들이는 보리 추수의 의미를 갖는다. 즉 동양에선 1년 주기의 추수, 머지않은 기간을 미래로 상정한다. 반면 라틴어 ‘푸투라(futura)’에서 유래한 영어 퓨처(Future)의 어원을 추적하면 부처(Buddha), 즉 ‘죽어서 돌아간 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양은 인간의 인생을 기점으로, 현생 이후의 내세를 미래로 간주한다. 먹고사는 데 매몰된 치열한 삶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기에 ‘우려’에 초점이 맞춰지는 동양과 달리 서양은 새롭게 시작하는 다음 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지배적이라는 미래에 대한 시각차가 놀라울 따름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이 있고 설레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에게도 기업에도 미래를 보는 관점 정립은 필요하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이자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는 “기업 외부의 변화 속도가 내부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르면, 기업의 끝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했다. 잭 웰치보다 훨씬 이전에 공자는 『논어』에서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 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시일 내에 근심이 있을 것이라고.
이향은 LG전자 CX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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