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언이유신
2023. 4. 10. 00:42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힘 다해 부모를 모시고, 몸 바쳐 임금(나라)을 섬기며, 벗과 사귈 때 말에 믿음이 있다면, 비록 교육 받지 못했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런 사람을 일러 배운 사람이라고 말하리라”고 하였다. 바른 실천이 곧 배운 사람의 소임임을 밝힌 말이다.
충은 몸을 바쳐 실천해야 하지만 효는 몸을 바치면 오히려 불효가 된다. 부모는 자식의 몸이 상하는 것을 가장 아파하기 때문이다. 음성 부호인 말은 사회적 약속이고, 약속은 믿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믿음이 없는 말은 소음에 불과하다.
“중구삭금(衆口鑠金)”이라는 말이 있다. 무리 중, 입 구, 녹일 삭, 쇠 금. “무리의 입은 쇠도 녹인다.” 즉,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은 무쇠를 녹일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진실한 말을 여러 사람이 하면 당연히 거짓을 파괴하는 큰 힘을 갖게 되지만, 거짓말을 여럿이 해댄다면 진실마저도 허무하게 녹여버려 큰 혼란을 야기한다.
효와 충과 더불어 말이 진실하여 믿음이 형성된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요즈음 가짜뉴스와 언필칭 지식인의 악의적 엉터리 주장이 ‘삭금(鑠金)’의 기세로 만연하고 있다. 무섭다. “일본이 쳐들어올 리 없다”고 한 거짓 보고 한 마디가 임진왜란의 참화를 부르는 데 큰 작용을 했음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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