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한파와 경상적자…‘재정 방파제’ 잘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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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어닝쇼크에 두 달 연속 경상적자까지
전기요금 정상화하고 건전재정 신뢰도 유지를
한국 제조업 생산의 10%,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혹한기를 맞았다. 삼성전자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지난 7일 공개된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6%나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 카드도 꺼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졌다. 2월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다. 1월보다 적자 폭이 크게 줄었고, 정부가 여전히 연간 200억 달러대의 경상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경상수지 2개월 연속 적자는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한국 규모의 개방경제는 유가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같은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을 좌우하는 글로벌 경기 흐름도 우리가 좌우할 수 없다. 방파제를 높고 단단하게 쌓아 외부 충격에 대비하는 정공법 외에 다른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이자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게 재정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재정 포퓰리즘에 휘둘리다 보니 나라 재정 역시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매년 100조원 안팎씩 국가채무가 늘어났다. 올해 예산으로 잡힌 국가채무를 반영하면 올 한 해에도 나랏빚이 66조7000억원 불어날 전망이다. 건전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하루에 1827억원, 1시간에 76억원, 1분에 1억3000만원의 나랏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반도체 한파를 넘어서는 것은 일단 기업의 몫이다.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불황에도 대담한 투자는 이어가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 지원이 경쟁국보다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미국 등의 자국 이기주의 흐름을 넘어서려면 경제안보가 중요해진 외교전에서도 밀리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상적자 등 대외 불안요인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처럼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방기해선 안 된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면 무역적자 124억 달러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재정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는 자세를 나라 안팎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신뢰가 쌓여야 대외 요인으로 인한 파도가 웬만큼 밀려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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