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2명 예상 뒤집었다' 젠지, T1 꺾고 LCK 우승
전문가 12명의 예상을 뒤집었다. 젠지(Gen.G)가 T1을 꺾고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우승을 차지했다.
젠지는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CK 스프링 결승전(5전3승제)에서 T1을 3-1로 제압했다. 젠지는 LCK 서머에 이어 2연패이자 역대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젠지의 ‘도란’ 최현준이 1, 2세트부터 수퍼 플레이를 펼쳤고, 겁없는 플레이를 펼친 2005년생 ‘페이즈’ 김수환(18)가 LCK 데뷔 시즌에 우승을 거두는 ‘로열 로더’를 달성했고 결승전 MVP도 수상했다. 우승팀 젠지에는 티파니가 수여하는 우승반지가 주어졌다. 반면 통산 최다 10회 우승팀 T1은 준우승에 그쳤다.
앞서 T1은 정규시즌 압도적 1위(17승1패)를 차지한 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선착했다. 젠지는 전날 최종 결승진출전에서 KT 롤스터를 꺾고 올라왔다. 두 팀은 2022 스프링과 서머에 이어 역대 최초로 3회 연속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국내외 해설위원과 옵저버 등 12명은 T1의 1위를 예측했다. 젠지는 올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3번 모두 T1에 졌다.
그러나 결승에서 젠지가 예상을 깨고 1, 2세트를 내리 따냈다. 롤은 5명씩 한 팀을 이뤄 163개 챔피언 중 하나씩 선택해 상대 팀 넥서스를 파괴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1세트에서 T1이 원거리를 찌르는 포킹 조합을 내세웠지만, 젠지 ‘도란’ 최현준의 그라가스가 T1 ‘제우스’ 최우제의 제이시를 압도했다. ‘페이즈’ 김수환의 안정적인 플레이까지 더해 압승을 거뒀다. 2세트에 T1이 챔피언을 바꿔 설계했지만, 젠지가 다시 돌진 조합을 가져가며 잘 받아쳤다. ‘도란’ 최현준의 그라가스가 한타(대규모 교전)에서 파괴력을 보여줬다.
3세트에는 젠지의 매서운 공격을 막기 위해 T1이 영리한 운영을 펼쳐 반격에 나섰다. ‘페이커’ 이상혁의 베이가 활약에, ‘구마유시’ 이민형의 징크스를 키워 원딜의 차이를 만들었다. 4세트에 초반에는 T1이 ‘제우스’의 솔로킬에 이어 ‘페이커’와 ‘오너’ 문현준을 앞세워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젠지가 ‘쵸비’ 정지훈과‘피넛’한왕호, ‘페이즈’를 앞세워 한타에서 대량 킬을 이뤄냈다. T1 ‘구마유시’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쌍둥이 포탑까지 정리됐고 결국 젠지가 페이즈를 앞세워 경기를 끝냈다.
우승 직후 젠지의 주장 ‘피넛’ 한왕호는“시즌 시작 전에 누구도 젠지가 우승할 거라고 하지 않았는데 예상을 뒤집고 증명하게 됐다. 다시 붙는다고 해도 저희가 이길 거라고 확신하지 못할 만큼 T1은 잘하는 팀이다. 하지만 오늘 딱 하루만 잘하면 되는 거다. 기회를 잘 만들었고 그게 결승전”이라고 했다. ‘쵸비’ 정지훈은“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했다. 상대 팀은 맛집이다.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페이즈’ 김수환은 “결승 무대에서 선수들이 소리 지르는 걸 보고 ‘기분이 그렇게 좋나’ 생각했었는데, 끝내러 갈 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잘하는 원딜을 상대로 꺾고 우승해 기쁨이 2~3배다. 로얄 로더를 이뤄냈으니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준우승에 그친 T1의 구마유시는 “밴 픽이나 판단과 실수가 잘못됐나 생각해보기도 했고 많이 혼란스럽다.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젠지와 맞붙는 기회가 온다면 복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결승전 티켓 가격은 R석이 8만원인데, 지난 6일 온라인 예매 20분 만에 9000석이 매진됐다.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2배가 넘는 장당 17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간에 프로야구 LG-삼성전이 열린 잠실구장 못지 않게 잠실체육관에도 팬들이 몰렸다. 서울의 잠실체육관에서 LCK 결승전이 열린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장 안팎에 1만명이 넘는 팬들이 모였다. 라이엇게임즈 굿즈 팝업 스토어와 T1와 젠지 나눔 부스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LoL 캐릭터인 ‘바이’와 ‘진’으로 분장한 2000년생 장원석씨와 이예진씨는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코스프레를 하고 보면 더 재미있다”고 했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 여성팬들이 많이 찾았는데, T1 옷을 입고 온 김예빈(18)씨는 “Z세대에게 축구 월드컵 같은 축제”라고 했다. 이동용(26)씨는 “10년 넘은 게임이다 보니, 어릴적부터 대학생과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팬인 이들도 많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전국 33개 CGV 상영관에서도 생중계됐다.
한편 결승에서 맞붙은 젠지와 T1은 다음달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한국 LCK 대표로 출전한다. 2023년은 e스포츠 빅 이벤트가 많은 해다. LOL이 올해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한국이 금메달을 딸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10월에는 LOL 최고 권위의 대회 ‘롤드컵’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에서 개최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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