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수달과 백조가 삽니다
[정수근 기자]
▲ 대구 금호강 안심습지의 깃대종 콘고니. 지난 겨울 안심습지에 머물다 떠난 큰고니 무리들. 겨울만 되면 이들 큰고니들이 이곳 안심습지를 찾아 월동을 하고 3월 초 고향 시베리아 등지로 돌아간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소리만 들어도 힐링, 대구 금호강 여울 감상하세요 대구 금호강 안심습지의 맑은 여울. 지난 봄비로 각종 부유물들을 쓸어내린 금호강이 지금은 맑고 깨끗해졌다. 여울이 아름다운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 정수근 |
8일, 다시 금호강 생태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대구 제2의 습지이자 대구의 자랑인 금호강 안심습지를 탐사했습니다. 안심습지는 좁게는 금호강 본류 옆 배후습지로 형성된 넓은 저수지 같은 곳을 이르고, 넓게는 그 일대 금호강 전체를 안심습지라 지칭합니다. 강 자체가 원래 습지라고 보면 넓은 개념의 안심습지가 더 옳은 개념이겠지요.
환경부는 습지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습지는 육지환경과 물환경이 만나는 전이지대로서 독특한 환경을 지니고 있는 중요한 생태공간입니다.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해택 중 하나는 자연현상과 인간의 활동으로 생기는 오염물질을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습지를 '자연의 콩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습지는 수질 정화 기능 외에도, 홍수 방지 및 해안 침식 방지, 지하수 충전을 통한 지하수량 조절 등의 부가적인 기능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생태공간으로 아름답고도 특이한 자연경관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해주며, 지역의 대기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낙동강 해평습지 안내판 설명문 중
수달의 흔적들
돌아나오는데 보의 맨 끝부분에서도 수달의 분변을 만났습니다. 이 콘크리트 보를 중심으로 수달이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수달이 금호강 곳곳에 분포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 수달은 이처럼 자신의 영역 표시로 분변을 남긴다. 수달의 분변을 통해 수달의 서식을 확인할 수도 있다. |
ⓒ 정수근 |
수달의 분변을 뒤로 하고 그 아래 안심습지에 들어갔습니다. 이 일대는 하천숲과 여울과 소(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아주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물살이 세게 흐르는 여울이 나타났다가도 이내 제법 깊이게 물이 괴는 소가 나타나고 다시 여울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하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강물은 지난 봄비로 아주 맑아졌습니다. 그동안 이곳도 가뭄이 극심했습니다. 그러자 강물이 줄고 오염원은 계속 유입되면서 부영양화가 시작돼 강엔 온통 부유물 천지였습니다. 똥덩이 같은 부유물들이 둥둥 떠다니고 강물이 고인 곳에서는 부유물들이 바닥에 켜켜이 쌓였습니다.
그 많던 부유물들이 일순 사라진 것입니다. 지난 봄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봄비로 불어난 강물이 그 많던 부유물들을 하류로 씻어내렸습니다. 그 부유물들은 더 큰 강인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낙동강은 지금 8개의 거대한 보로 막혔습니다. 금호강에서 흘러든 그 많은 부유물들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흐름이 막힌 낙동강 바닥에 켜켜이 쌓이고 있을 겁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흐르는 금호강은 설사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시절을 겪더라도 이처럼 비가 한번씩 와주기만 하면 그 오염원들을 일소해버리고 다시 맑은 강으로 돌아오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흐르는 금호강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 봄비가 내리기 전까지만 하다라도 금호강은 부유물 천지였다. 똥덩이 같은 부여물들이 곳곳에 쌓여 썩어가고 있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금호강 안심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전형적인 하천 습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금호강의 생명력
맑음을 회복한 금호강은 참으로 싱그러웠습니다. 여울에서는 맑은 물이 흘러가고 한참 산란철을 맞은 잉어와 누치가 곳곳에서 퍼드덕대고 있습니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놀라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달아나기 바쁩니다.
어른 팔뚝만한 잉어와 누치들이 화들짝 달아나는 안심습지의 여울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놀라는 것은 물고기들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천변 덤불 같은 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깝작도요가 수시로 날아오릅니다. 녀석들도 산란철을 맞아 아마도 알을 품고 있었는지 덤불 곳곳에서 퍼드덕 퍼드덕 날아오릅니다. 적지 않은 깝작도요가 금호강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작은 여울과 소를 거친 금호강은 이내 너른 물길을 회복합니다. 금강동 금강마을 앞에서는 강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리고 그 일대 강바닥은 죄다 청석입니다. 큰 청석으로 된 거대한 강바닥을 만나게 되고, 그대로 그 강을 가로질러 강 건너편으로 넘어갔습니다.
▲ 한참 털갈이중인 고리니. 녀석은 일정한 거리를 뛰더니 돌아서서 낯선 이방인을 살펴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 정도 들어왔으면 반드시 고라니를 만나게 됩니다. '제법 걸었는데도 고라니 한 녀석 만나지 못했네'라고 생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녀석이 나타납니다. 소를 통해 여울로 접근하려는 순간 덤불 속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튀어나온 것입니다.
이방인의 발소리에 놀라 달아나던 녀석은 거리를 일정 정도 유지하더니 이 정도면 됐다는 듯 일순 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곤 뒤를 돌아봅니다. "도대체 누가 나의 단잠을 방해하느냐"고 항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얄궂습니다. 녀석들은 지금 한참 털갈이 중이라 몸 곳곳에 떨어진 털들이 뭉치뭉치 붙어서 그 이쁜 녀석들의 미모를 일순 떨어뜨립니다.
잠시 지켜보던 녀석은 그렇게 낯선 이방인을 주시하더니 이내 다시 뛰어 달아납니다. 이날은 단 한 마리의 고라니만 만났습니다. 저 아래 반야월습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관련 기사 : 대구 금호강 '비밀의 정원', 반야월습지를 가다)
그러고 보니 꿩도 거의 없었습니다. "꿩꿩"하면서 수시로 날아올랐던 저 반야월습지의 모습과는 달리 이곳은 여울 옆 덤불에서 작고 귀여운 소리로 날아오르는 깝작도요들을 제외하고는 꿩들도 날지 않아 평화롭게 탐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강물을 따라 걷다가 강 가운데 버드나무가 쓰려져 자라나 그 자체가 작은 섬으로 보이는 곳을 만나게 됐습니다. 신기하다 싶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그곳에 수달의 분변이 쌓여 있었습니다. 제법 그 양이 많은 것으로 봐 이곳에 자주 수달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이곳은 수달이 자주 나타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금호강 안심습지의 아름다운 여울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씩씩하게 강물을 내려보내는 아름다운 여울을 다시 만납니다.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세찬 맑은 강물이 흘러내려갑니다. 이 아름다운 여울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잠시 카메라를 꺼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봅니다. 그 여울을 벗어나니 소가 다시 나타나고 저 앞은 다시 여울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출발할 때 봤던 그 콘크리트 보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 일대를 한바퀴 돈 것입니다.
▲ 우수관로에서 나오는 오수가 쌓여 검은 슬러지로 뭉쳐져 있다가 물고기가 움직일 때마다 부유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얼른 경산시에 신고해야겠다 생각하고 강 밖으로 나왔습니다.
▲ 금호강 안심습지의 아름다운 여울 모습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금호강 안심습지의 하천숲. 각종 버드나무들이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천연기념물 수달의 비밀 아지트. 이곳에 수달이 자주 출몰한다. 많은 배설물을 남긴 것이 그 증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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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습지 버드나무가 강풍에 쓰려져 뿌리째 뽑혀 쓰러진 채 자라고 있다. 저 모습으로 싹을 띄웠다.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평화로운 하천숲... 대구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대구 금호강 안심습지에서 만난 하천숲. 각종 버드나무들이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이곳에 수달, 삵, 고라니와 조류 등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간다.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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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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