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부터 하라" 이낙연 장인상 조문 온 이재명에 소리친 남성

김정재, 우수진 2023. 4.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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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재회했다. 지난해 3월 대선 패배 뒤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인 김윤걸 전 교수의 빈소에서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뉴스1

미국에서 체류 중이던 이 전 대표는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8일 귀국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상주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9일 오후 3시쯤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빈소를 찾아 20분 가량 유족을 위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했고, 이 전 대표가 조문을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했다”며“(빈소에서) 전·현직 대표끼리 정치적인 얘기는 안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 내홍이 다소 잠잠해진 가운데 총선 1년을 앞둔 묘한 시점의 전·현직 대표 재회에 시선이 쏠렸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미국으로 출국해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10개월 넘게 머물며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공개 발언을 자제해왔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이병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미국 특강 내용이 참 좋더라’고 했고, 이 전 대표는 ‘흔들리는 평화 번영’이라는 제목으로 남북 통일과 평화에 대한 대안을 담은 책을 4월에 출간하고 6월 하순에 귀국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이 전 대표가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하자 이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조문객들과 대화에서 정치권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긴장감이 떨어진 것 아닌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화합·통합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여야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인 김윤걸 전 교수의 빈소 조문을 위해 들어서자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당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귀국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다시 구심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은 전날 빈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계의 결집 가능성에 대해 “남아있는 시간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서두를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민주당 지지자가 이 대표의 조문을 막고 항의하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은 이 대표를 향해 “‘개딸(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시켜서 이 전 대표 출당 징계 청원을 올린 것에 사과부터 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빈소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20명이 넘는 야권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10일 발인을 마친 후 18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뉴스1


정부·여당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빈소를 찾았다. 한 총리는 빈소에서 이 전 대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영교 최고위원 등과 30여분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한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대화에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오후 12시 50분경 빈소를 찾았다. 하 의원은 조문 후 장례식장을 나가며 “이 전 대표께서 ‘여야 모두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당대표,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저녁 8시쯤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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