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다시 마음에 ‘효’를 새기며

2023. 4. 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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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희 작가가 자식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채하준'이라는 필명으로 낸 '나는 엄마와 함께 살기로 했다'라는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몇 년 후 작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 년여 동안 엄마와 함께 살며 여행했던 잔잔한 일상을 책으로 엮었다.

중국 남조시대 제나라에 유명한 효자 유검루가 있었다.

그밖에 극단적인 효도방법으로 단지(斷指)와 할고(割股)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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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희 작가가 자식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채하준’이라는 필명으로 낸 ‘나는 엄마와 함께 살기로 했다’라는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은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
‘엄마, 왜?’
‘출근하는 길이냐?’
‘아니, 아직. 이제 나가려고⸱⸱⸱. 근데, 왜?’
‘엄마가 아침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죽을 때까지 니 얼굴을 사십 번 볼까 말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봐라⸱⸱⸱. 일 년에 너를 네 번 본다고 하면, 십년이면 사십 번 아니냐? 안 그냐? 그렇다고 신경은 쓰지 말고⸱⸱⸱. 그냥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그 몇 년 후 작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 년여 동안 엄마와 함께 살며 여행했던 잔잔한 일상을 책으로 엮었다. 작가는 굳이 ‘효도’를 말하지 않지만, 자기 살기 바쁜 작금의 시대에 매우 진귀한 효도 사례라 말할 수 있겠다.

중국 남조시대 제나라에 유명한 효자 유검루가 있었다. 진릉의 현령으로 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괴질이 걸리자 그는 관직을 사임하고 낙향했다. 의원이 아버지의 병세를 알기 위해서는 변을 직접 맛보아야 한다고 하자 유검루는 주저하지 않고 변을 맛보았다. 달고 매끄러운 것으로 보아 며칠 넘기지 못할 상태였다. 그래서 유검루는 북극성을 향해 아버지의 회복을 빌었지만 결국 돌아갔다. 이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 ‘상분(嘗糞)’이다. 부모님의 병세를 살피기 위해 변을 맛본다는 의미이다.

상분은 비교적 쉬운 효도방법으로 조선시대에서 빈번하게 행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효자임을 자랑하고 드러내기 위해 부모가 큰 병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변을 맛보곤 했다고 한다.

‘조문(蚤蚊)’도 있다. 조문은 벼룩과 모기를 뜻하는 한자어로 부모의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 드리는 효도방법이다. 벼룩과 모기, 빈대, 이 같은 벌레가 많은 여름철에 늙으신 부모 옆에 벌거벗고 누워 벌레를 자신의 몸으로 유인하여 부모님이 편안하게 잠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극단적인 효도방법으로 단지(斷指)와 할고(割股)가 있다. 단지는 부모님 병이 위중할 때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내서 마시게 하거나 자른 살을 태워서 먹이는 방법이고, 할고는 집안 형편이 가난하여 배고픈 부모를 위해 허벅지 살을 베어 먹이는 방법이다.

어머니가 두 달 넘게 병원에 입원 중이다. 심한 골다공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리하게 화분을 들다가 척추뼈 중 하나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골다공증이 발병한 사실조차 모르도록 방치한 불효가 크다. 상분, 조문, 단지, 할고, 엄마와 함께 일 년 살기는 고사하고 어머니의 건강상태조차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깊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효도의 의미를 마음에 새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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