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고리’ 부동산 PF 대출 130조…증권사 연체율은 '두자릿수'
금융권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현재 1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전체 PF 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1%를 넘어섰다. 특히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PF 부실화 차단을 위해 PF 사업장 전수 조사에 나섰다.
9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12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12조6000억원)보다 17조3000억원(15.4%) 늘었다.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경기 호황때 부동산 PF 대출을 늘린 영향이 남아있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증권업(1000억원 감소)을 제외한 전 금융권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은행권 PF 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 대출은 2조3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는 7조3000억원, 저축은행은 1조원 각각 증가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9%다. 2021년 말(0.37%) 대비 0.82%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인데 따른 관련 대출 부실화가 서서히 수치에 반영되는 모양새다. 다만 연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의 최고점(13.62%)을 찍은 2012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의 경우 은행(0.03→0.01%), 상호금융(0.09% 유지)을 제외한 나머지 업권은 1년 전보다 지난해 말에 커졌다. 저축은행의 관련 연체율은 같은 기간 1.22%에서 2.05%로 상승했다. 보험(0.07→0.6%), 여신 전문(0.47→2.2%)의 연체율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3.71%에서 10.38%로 6.67%포인트 올랐다. 그간 몇몇 증권사들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 영업을 늘렸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꺾이며 지방 상가 및 오피스텔 관련 브릿지론을 빌린 사업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자 일부 증권사의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릿지론은 본 PF 대출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위험 가능성이 크다.
윤창현 의원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대신 부실 우려가 큰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에 PF대출을 해주는 행태를 이어오다 금리 급등기에 타격을 입었다”며 “몇몇 증권사의 연체율은 20%에 육박할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 소형 증권사의 부실은 금융회사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와 경제 성장세 둔화, 부동산 시장 부진 여파에 따른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로 중소형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 연체 규모를 고려할 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액 규모는 5000억원으로 증권사 자기자본(74억원) 대비 0.67% 수준이다. PF 대출 연체율 수치도 29.8%를 기록했던 지난 2011년과 비교하면 낮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업은 PF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한 사업장의 부실이 전체 업권의 연체율을 크게 올리는 통계상 착시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또 과거 위기 때 도입된 부동산 PF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연체가 특정 증권사에 집중돼 있지도 않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 자본의 100% 미만으로 관리토록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제2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PF 사업장을 전수 조사해 이상 징후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건전성 및 유동성 상황을 지속해서 살펴보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5000여개 중 300개 정도 사업장은 중요 관리 대상 정도로 본다”며 “세밀한 관리를 통해 시스템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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