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MBTI엔 'T' 'J' 많았다...그중에서도 수퍼리치는 '이것'

김남준 2023. 4. 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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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다 같은 부자가 아니었다. 부자를 자산 규모에 따라 수퍼리치와 일반 부자로 나눠 분석해 보니, 성격부터 자산 및 투자 방식에서 같지만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추진력 있는 ‘ESTJ’가 수퍼리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9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수퍼리치’(금융 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의 MBTI 검사 결과 ‘ESTJ’로 나온 사람의 비중(26.8%)이 가장 높았다. MBTI는 성격유형검사의 일종인데, ESTJ는 외향형(E)·감각형(S)·이성적(T)·계획적(J) 성격을 의미한다. 일반인 중에서는 ESTJ는 8.5%에 불과했지만, 수퍼리치는 이와 비교해 3배가 넘었다.

MBTI가 성격을 나타내는 정확한 분석법이라고 볼 순 없지만, 성향을 가늠해 볼 순 있다. 해당 리포트는 “ESTJ는 현실적이고 추진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데, 부자의 특징으로 ‘실행력’을 언급한다”고 했다. 부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일관된 목표로 나아가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것이 ESTJ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해당 리포트는 수퍼리치를 포함한 전체 부자 중에서는 T(이성적)·J(계획적) 성격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 자산 관리는 시장을 정확히 판단하면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TJ(사고계획형)’적 성향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 중에서도 ISTJ(35.7%) 같은 ‘TJ’ 유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수퍼리치 직업으로는 기업경영자(29%)가 다수를 차지했다. 의료·법조계 전문직(20%)·기업체 임원(12%) 등이 뒤를 이었다. 회사원(2%)·공무원(0%)은 거의 없었다. 반면 부자는 의료·법조계 전문직 비중이 기업체 경영자보다 많았다. 은퇴생활자와 회사원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직과 회사원이 일정 수준 부를 축적할 순 있지만, 수퍼리치까지 가려면 자기 사업을 일궈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자산 줄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자들도 지난해 자산가격 하락에 고난을 겪었다. 지난해 수퍼리치 평균 자산은 2021년과 비교해 373→32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일반 부자들도 78→72억원으로 6억 감소했다. 이는 대부분 부동산 가격 하락에서 나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금융자산은 둘 다 큰 변화가 없었으나, 수익률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수퍼리치 70%가 금융 자산에서 이익을 거뒀다. 이는 부자(66%)와 금융 자산 1~10억원 미만인 대중 부유층(57%)보다 많았다. 특히 지난해 금융 자산에서 10% 이상 수익률을 올린 수퍼리치 비중은 15%에 달했다. 예금(34%)·채권(20%) 순으로 수익률에 기여했지만, 주식(51%)·펀드신탁(22%)은 수익을 까먹었다.

현금 쟁여둔 수퍼리치…“주식 하반기 반등”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수퍼리치 금융 자산 중 현금과 예금 비중은 2021년과 비교해 25→60%로 급증했다. 자산 가격 하락을 피하고,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부자도 같은 기간 현금 및 예금 비중을 39→48%로 늘렸지만, 수퍼리치 만큼 적극적이진 않았다. 수퍼리치와 일반 부자들의 또 다른 차이는 외화 자산이다. 외화 자산을 보유한 수퍼리치의 비중은 지난해 73%로 부자(64%)와 대중 부유층(38%)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자산 투자 방식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수퍼리치를 포함한 부자 약 79%가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안좋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은 84%에 달했다. 다만 주식은 올해 하반기 부터, 부동산은 2025년 이후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향후 투자 자산에 대해 수퍼리치는 주식(29%)을 부자는 부동산(27%)을 최선호로 꼽았다. 자산과 현금흐름이 좋은 수퍼리치들은 일반 부자보다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더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금융 자산 20% 이상 수익을 목표로 하는 수퍼리치 비중도 17%에 달해, 일반 부자(4%)에 비해 높게 나왔다. 리포트는 “수퍼리치는 기회에 대한 확신과 잃어도 된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높다”고 했다.


자산 많을 수록 근로보다 투자


소득과 소비·저축의 양상에서도 수퍼리치와 일반 부자는 달랐다. 지난해 수퍼리치는 연평균 약 12억원을 소득을 벌었는데, 이는 일반 부자(3억3000만원)보다 약 4배가량 높다. 소득원으로는 재산소득(39%)·사업소득(28%)·근로소득(21%) 순이었다. 반면 부자는 근로소득(37%) 비중이 재산소득(22%)보다 높았다.

저축 비중은 수퍼리치가 오히려 더 많았다. 수퍼리치의 지난해 전체 소득 중 저축(57%)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반면, 일반 부자의 저축(38%) 비중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수퍼리치는 월평균 약 3700만원을 썼는데, 여행(24%)·교육(20%) 소비가 많았다. 수퍼리치는 건강과 노후 등 자신을 위해 돈을 쓰고 싶다라는 비중이 일반 부자들에 비해 높았다.


“어쩌다 보니 부자 됐다”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에 대해서 수퍼리치는 “부모 교육이나 가정의 분위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44%)”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일반 부자는 “자녀 출산, 부모 부양 등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 갖게 되면서(43%)”라는 답이 많았다. 리포트는 “수퍼리치에게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물어보면 ‘어쩌다 보니’라는 답을 많이 듣게 된다”면서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를 체득해 빨리 부의 출발선에 섰고, 그로 인해 보다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말로 해석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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