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기 무서워" 대출 더 받고 옮긴다…빌라에 등 돌린 까닭
서민 주거지로 주목받던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와 아파트 중심의 규제 완화대책 등으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빌라에 대한 주택 실수요자의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빌라 거래량은 5703건(매매 기준)이다. 이는 전체 주택 매매량(4만1191건)의 13.8%에 불과한 수치다. 아파트에 대한 ‘패닉바잉(공황매수)’ 붐이 일던 2020년 11월(13.4%) 이후 가장 작은 비중이기도 하다. 반면 아파트 거래 비중은 76.1%로 2020년 11월(76.8%)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빌라 거래량은 1485건으로 전체 주택매매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4%로 크게 줄었다. 반면 아파트 거래 비중은 57.5%(2286건)를 차지했다.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를 넘어선 건 2021년 1월 이후 25개월 만이다.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던 지난해의 경우 서울의 빌라 거래 비중은 전체의 56.9%(12월)~66.0%(7월)를 차지했다.
빌라 거래 감소는 지난해 10월 ‘빌라왕 전세 사기’가 결정타가 됐다. 또 올해 ‘1·3 부동산 대책’ 등 아파트 관련 규제 완화책이 잇달아 발표되고아파트 관련 대출 규제까지 풀리면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눈을 돌린 영향도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2.3으로, 지난해 6월(96.1)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가 낮을수록 매수희망자가 적다는 뜻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희망자가 매도희망자보다 많다는 것인데 2021년 6월에는 이 지수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기도 했다.
가격도 내림세다.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7월 기준 2억688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2월(2억40만원)까지 연속 하락했다.
빌라 전세 거래도 크게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의 빌라 전세 거래량은 53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429건) 보다 28.5% 줄었다.
지난해 신축 빌라 분양을 미끼로 한 전세 사기의 피해가 커지면서 신축 빌라 착공도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의 빌라 건축허가 면적은 1만8866㎡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2462㎡)보다 81.5% 감소했다.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빌라 기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모씨는 “언론을 통해 ‘빌라왕’ 전세 사기 피해 소식을 접한 이후 빌라에 거주하기 무서워졌다”며 “현재 거주하는 집의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대출을 좀 더 받아 아파트 전세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낮아 소액 투자처로 주목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전세 사기 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빌라 거래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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