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경우가 납치살인 제안…재력가 부부 동의해 범행 구체화"(종합)

공병선 2023. 4. 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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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인 사건 3인조 구속송치
이경우 배우자, 마취제 전달하며 범행 가담
재력가 부부, 범행 자금 7000만원 전달
경찰, 유니네트워크 대표 금전 관계 수사

이경우가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처음 제안하고 유모씨와 황모씨 부부가 이를 동의한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염두에 뒀으며 이경우의 배우자도 마취제를 병원에서 몰래 빼내는 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9일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는 강도살인·사체 유기·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공범인 20대 남성 A씨는 강도예비혐의로 이날 구속송치됐다"며 "아울러 유씨는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구속수사 중이고 황씨는 체포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 서장은 "이경우의 배우자 B씨에 대해서는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입건해 범행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유·황 부부는 2020년 9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피해자 C씨의 권유로 '퓨리에버'코인에 1억원가량 투자했고 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2021년 1월부터 퓨리에버의 시세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유·황 부부에게 책임이 있다며 항의했고 이는 2021년 3월 호텔에서의 감금·폭행으로까지 이어진다. 이경우 역시 감금·폭행에 가담하면서 유·황 부부로부터 공동감금·강요·공갈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1년 9월, 이경우가 유·황 부부에게 찾아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경우는 감금·납치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유·황 부부와 C씨 간 민·형사상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신뢰 관계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황 부부는 이경우에게 3500만원가량을 빌려주고 법률사무소 취직에도 힘을 보탰다.

이경우, 유·황 부부와 신뢰 쌓은 후 범행 제안…부부, 동의하며 7000만원 지급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 씨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2년 9월 이경우는 유·황 부부에게 찾아가 C씨를 납치·살해하는 계획을 설명한다. 유·황 부부는 C씨에게 가상화폐 몇십억원가량이 있을 것이라며 가상화폐 옮기는 것과 현금 세탁을 도와주겠다면서 사실상 범행에 동의했다. 유·황 부부는 범행 자금 명목으로 착수금 2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경우는 이 가운데 1320여만원을 2022년 7월께 범행에 가담한 황대한에게 전달했다. 다만 유·황 부부는 혐의를 일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우는 애초에 C씨를 살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경우는 범행을 준비하던 시점부터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준비하고 사체를 유기, 매장할 장소까지 사전에 파악했다. 아울러 납치 차량에는 땅을 팔 곡괭이까지 실었다. 이경우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사망 추정 시각은 황대한이 시신 매장을 마무리하고 이경우와 통화한 지난달 30일 오전 5시16분께다.

납치·살해에 대한 보수는 약 5억원 정도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황대한은 C씨에게 30억원가량의 가상화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가운데 5억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금액은 범행에 성공한 후 나눠가질 생각이었다고도 조사 중에 설명했다.

이경우의 배우자도 범행 가담…황씨 지시받고 휴대전화 부수기도

이경우의 배우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2022년 9월경, 범행을 지시한 황씨의 계좌에서 현금 7000만원이 인출됐고 B씨의 계좌에 현금 2695만원, 1565만원이 입금됐다. 이경우가 체포된 이후에도 B씨는 이경우로부터 받은 C씨의 휴대전화 등을 쇼핑백에 담아 황씨에게 전달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없애라"는 황씨의 지시를 받아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는 등 증거인멸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취제도 B씨가 근무하던 강남 논현동 소재 성형외과에서 B씨가 몰래 가지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마취제를 가지고 나와 이경우에게 전달했고 결국 C씨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이번 범행에 가담한 정도에 대해서 추가 수사 중이다.

수사의 끝은 퓨리에버 발행업체?…경찰 "유·황 부부 신상공개 검토"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 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향후 수사가 퓨리에버를 발행한 유니네트워크까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 서장은 "유니네트워크의 이모 대표와 피해자, 피해자들 간 금전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러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유·황 부부에 대한 신상공개도 검토하고 있다. 백 서장은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후 다음주 초에 신상공개를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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