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박사의 성경 속 이야기] 라합(Rahab)의 믿음
팔레스타인 최고(最古) 성읍인 여리고는 예부터 동서 무역의 중요한 상업도시이자 가나안 허리인 중부지역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약 40년간 광야 유랑생활을 마친 후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견고한 여리고 성을 통과해야만 했다. 당시 가나안은 독립적 성읍국가체제였다. 근데 각각의 왕들이 상호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종주국인 애굽에게 군사적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런 정치적 혼란과 분열은 가나안 도시들에 대한 타민족의 공격과 침략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B.C. 15세기 말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는 차세대 이스라엘을 이끌고 마침내 요단강 아벨싯딤(Abel Shittim)에 이르렀다. 새로운 지도자는 수 세기 전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정복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성전(聖戰)을 앞두고 이스라엘 백성의 사기를 북돋아주면서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더불어 가나안 족속을 멸하기 위한 면밀한 전략을 짰다.
여호수아는 먼저 가나안 도시국가들의 남북연합을 차단하고 주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난공불락의 천연 요새지, 여리고 성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여호수아는 두 명의 정탐꾼을 조심스레 여리고 성읍에 보냈다. 그들은 민심을 읽고 전력(戰力)을 파악하면서 침입로를 확보하는 등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들의 은신처는 우연스레 기생 라합의 집이었다. 그 곳은 낯선 사람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는 주막이나 여관 같은 곳이었다. 성 초입에 거했던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 세상 물정에도 밝았을 것이다. 라합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예사롭지 않는 두 사내를 봤다.
성내는 어떤 경로에 의해서인지 밀정의 잠입을 알아챌 수 있는 조직망이 있었다. 여인이 그 두 남자의 정체를 간파하기도 전 여리고 왕의 수색대가 그녀의 집에 들이닥쳤다. 왕의 심복들은 적국의 스파이를 끌어내라고 취조하듯 다그쳤다. 그녀는 이미 그들을 지붕 위 삼대 속에 숨겨 놓았다. 그러곤 짐짓 모르는 체 그들이 방금 성문 밖으로 나갔으니 지금이라도 뒤쫓아 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노련하게 둘러댔다.
라합은 성읍의 밑바닥 계층으로 고단하고 척박한 삶을 살았다. 그녀는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정탐꾼들을 도왔다. 그녀는 추격자들이 돌아간 후 밀파된 첩자들(?)에게 놀라운 얘기를 한다.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니라…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수 2:9~11)
그녀는 출애굽의 하나님을 부르고 있다. 사건의 전말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 민족이 가나안 입성과 함께 여리고를 점령할 것은 불 보듯 명확한 일이었다. 이제 파멸의 성읍에서 그녀와 정탐꾼들 사이에 협상(?)이 시작됐다. 그들이 성문을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추적당하는 사냥감의 위치가 바뀌게 되니 말이다. 그녀는 여리고 성이 함락되는 상황을 미리 내다보면서 자신과 가족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들은 그 땅을 (다시) 밟을 때 그녀 집 밖 창문에 붉은 줄을 매달아 놓으라고 응대했다. -성도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 아래 있을 때에만 안전하다.- 아멘!!
과연 여호와 말씀대로 철벽성 여리고는 이스라엘 군대의 포효하는 함성과 진멸의 나팔소리에 의해 남김없이 무너져내렸다. 성경은 “믿음으로 기생 라합은 정탐꾼을 평안히 영접하였으므로 순종치 아니한 자와 함께 멸망치 아니하였도다”(히 11:31)라고 기록한다.
“여호수아는 그 땅을 정탐한 두 사람에게 이르되 그 기생의 집에 들어가서 너희가 그 여인에게 맹세한 대로 그와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어내라 하매…그들을 이스라엘 진영 밖에 두고”(수 6:22~23) 바로 뒤에 여리고 성을 불태웠다.
【덧붙이는 말】 훗날 라합은 유다의 6대손인 살몬과 결혼한다.(마 1:5) 혹자는 그녀가 숨겨준 두 명의 정탐꾼 중 한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살몬은 나손의 아들이요 암미나답의 손자인데 모세의 형 아론이, 암미나답의 딸이요 나손의 누이인 엘리세바와 결혼했다.(출 6:23) 소위 뼈대 있는 가문의 후손이다. 여하튼 그들에게서 보아스가 태어난다. 보아스의 아들이 오벳인데 그가 바로 이새의 아버지요 다윗의 할아버지이니 라합은 결국 다윗 왕의 고조할머니가 되는 셈이다. 그쯤 되면 완벽한 인생역전의 모델 아닌가.
이정미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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