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졌다…美 테네시주의회, 흑인 의원 2명 ‘제명’
공화당 다수인 미국 테네시주 의회가 최근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흑인 하원의원 2명을 제명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특히 같은 시위에 참여한 백인 의원 제명안은 부결 처리돼 인종 차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네시주 하원은 전날 민주당 소속 저스틴 존스(27)와 저스틴 피어슨(29) 제명안을 각각 찬성 72표 대 반대 25표, 찬성 69표 대 반대 26표로 가결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글로리아 존슨(60) 하원의원도 제명안이 발의됐지만 찬성 65표 대 반대 40표로 제명에 필요한 재석 3분의 2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테네시주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들이 총기 규제 옹호론자 수백 명과 함께 지난달 30일 벌인 시위에서 주 의회 의사당에 들어와 고함을 지르는 등 의회 업무를 방해하고 의회 존엄성을 훼손했다며 징계 차원의 제명안을 발의했다. 당시 저스틴 존스는 ‘총기가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동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고 외쳤고, 저스틴 피어슨은 “(총기 규제 조치는) 충분하다는 말은 이제 됐다”고 소리쳤다. 글로리아 존슨은 조용히 지지 의사를 표시하며 서 있었다고 한다.
제명된 두 명 중 한 명은 흑인이고 다른 한 명은 흑인 및 필리핀계 혼혈인 반면 제명안이 부결된 글로리아 존슨은 백인이라는 점에서 인종 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일 테네시주 의회 의사당에는 시민 수백 명이 제명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저스틴 존스는 “전 세계가 테네시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글로리아 존슨은 CNN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명을 면한 이유에 대해 “그 이유는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제명을 당한 둘은 젊은 흑인 의원이지만) 저는 60세의 백인 여성이다”고 했다.
WP에 따르면, 테네시주 의회에서 동료 의원 제명 처리가 있었던 것은 이전까지 세 차례에 불과했다. 1866년 6명이 제명된 적 있고, 1980년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한 의원이 제명됐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6년 한 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제명됐다.
유례가 드문 이번 사태의 파장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평화적 시위에 참여한 의원들에 대한 제명은 충격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공화당이 미 전역에서 우리의 학교와 공동체를 한층 위험하게 만드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세 의원과 통화하며 가까운 시일 내 백악관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일 내슈빌로 이동해 이들 세 명을 만나 격려했다. WP는 “초유의 의원 제명 사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 의회는 그간 총기 규제를 비롯해 사회 보장 등 문제를 놓고 민주당을 소외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기독교계 사립학교 커버넌트 스쿨에서 한 졸업생이 난사한 총에 학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내슈빌 지역에서는 2017년 버넷 채플 교회에서 총기 난사로 1명이 숨지고 부상자 6명을 낳은 사건과 2018년 와플 하우스에서 4명을 희생시킨 총기 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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