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등 키웠다"…이슬람성지 급습 뒤 중동 긴장 최고조
이스라엘 극우 정부의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급습’ 이후 팔레스타인·레바논·시리아 등 아랍 지역의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을 겨냥해 연일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공습과 포격으로 맞대응하면서 ‘중동의 화약고’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과 아랍권의 알자지라뉴스에 따르면 이날 새벽 시리아는 이스라엘을 향해 두 차례에 걸쳐 6발의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 가운데 한 발이 이스라엘 골란고원에 떨어졌고, 나머지 5발은 영토에 닿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복 조치로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영토를 공습했다”고 덧붙였다.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레바논 기반의 알마야딘 TV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산하 알쿠드스 여단에 의해 감행된 것”이라고 전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곳으로, 국제사회는 이곳을 원칙상 시리아 영토로 본다.
앞서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수도원을 급습한 이후 이스라엘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레바논·시리아 등 주변 이슬람권의 전방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5일 “폭력 시위를 예방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슬람의 3대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수도원에 진입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경찰이 예배 중이던 이들을 겨냥해 섬광탄을 쐈고, 혼비백산한 이들을 때리고 사원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의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공권력이 투입돼 충격이 더 컸다.
이스라엘의 이슬람 사원 급습, 갈등 폭발
민간인 사상자도 잇따르고 있다. 7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차량을 동원한 테러가 일어나 이탈리아 관광객 한 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고, 같은 날 팔레스타인 행정구역인 서안 지구에서는 영국계 이스라엘인 자매가 팔레스타인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8일엔 팔레스타인 청년이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긴장감은 오는 9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날은 이슬람의 명절인 라마단, 유대교의 유월절, 기독교의 부활절이 겹치는 날로, 말 그대로 ‘문명의 충돌’이 빚어질 수 있는 점에서다.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는 수만 명의 유대인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경찰은 무력 충돌 및 테러에 대비해 2000명 이상의 경찰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정부가 민감하고도 해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언론인 기드온 레비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급진 정부가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진압 사태는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잔인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작은 성냥 하나라도 이 지역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유대인 우월주의자이자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이다. 벤그비르 장관은 연초 성전산 방문을 강행하는 등 아랍권을 노골적으로 자극해왔다. 유대인들이 성전산이라 부르는 이곳은 이슬람의 성지인 알아크사가 함께 있어서 민감한 지역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엔 美핵잠 파견…이란 ‘격앙’
한편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에 원자력잠수함을 파견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8일 원자력(핵추진)잠수함 ‘USS 플로리다’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시켰다. 플로리다함은 지상공격용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기를 탑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시리아 북동부의 연합군 기지가 이란제 드론 공격을 받았던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공격으로 미군의 민간 계약자 한 명이 숨지고 미군 여러 명이 부상 당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측이 이스라엘 국적 상선에 대한 드론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란 핵협상팀의 고문 겸 대변인인 모하메드 마란디는 트위터 글을 통해 “미국이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쏘면 이 지역의 모든 자산은 즉각 파괴되고, 미군의 존재는 페르시아만에서 영원히 끝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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