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 대로 가도 과태료…정형돈도 당한 버스전용차로 달라졌다
“‘과태료 덫’이라고 불리는 도로가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달려도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지난 1월 개그맨 정형돈 씨가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이다. 그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과 노원구 화랑대역 인근에서 차량이 우회전하기 위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에 합류하면 단속 카메라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최근 2년 8개월 동안 여기서만 8만5000대가 단속에 걸려 과태료 42억원이 부과됐다.
서울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개선
서울시는 당시 논란이 됐던 구간을 포함해 버스전용차로 개선에 나섰다. 서울시는 9일 “달라진 교통여건을 반영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지 37년 만에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도로 중 가장 우측 차로를 버스만 다닐 수 있도록 지정한 도로다. 1985년 10월 시범 도입을 시작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한때 60개 구간(218.9㎞)에 달했지만, 2004년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하면서 현재 40개 구간(83.3㎞)에서 운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중 92.5%가 도입한 지 약 30년이 지나면서 교통여건 변동,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인한 운전 형태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하기 위해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연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개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구간별 운영시간 변경(시간제⟷전일제) ▶정비 지침 재정비 ▶일부 구간 폐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버스 수요가 증가한 구간은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변경하고, 버스 수요가 줄었다면 폐지까지 검토한다. 또 운전자가 우회전 직후 일시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우회전 대기행렬이 길어지는 구간은 승용차가 버스전용차로에 일시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점선 길이를 확대한다.
운영시간 변경·정비지침 재정비·존치 재검토
정형돈 씨 유튜브에서 논란이 됐던 구간은 이미 지난달 공사를 마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0년~2022년 누적 위반 건수 상위 1·2위 지점인 롯데백화점 잠실점 앞과 화랑대역 부근 버스전용차로는 단속 카메라를 철거하고, 실선·점선 노면 표시를 변경하는 등 지난 3월 말 공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해당 지점은 우회전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 가까이에 버스정류소가 위치했다. 이를 인식하지 못한 승용차가 ‘우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듣고 미리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로 진입하면서 단속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해당 구간 2개 버스전용차로를 1개로 줄였고, 우회전 차량이 차선에서 빠져나가기 수월하도록 점선로 길이를 늘였다. 또 롯데백화점 주차장에서 차로로 진입하는 차가 수월하게 4차로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주차장 입구 구간 버스전용차로 점선로 구간을 확대했다. 서울시는 조만간 내비게이션 업체와도 버스전용차로 위반단속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도입 37년을 맞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전면 개편해 시면 편의를 증진하고 다른 자치단체 버스전용차로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도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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