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 살인’ 주범 이경우 “고인에게 사죄…가족에게 미안”

공범 연지호 “처음부터 죽일 생각 아니었다”
“(이경우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라오라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 씨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오후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 등 3인조와 추가 공범 20대 이모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번 사건의 범행 계획을 주도한 이경우는 이날 오후 2시 경찰서를 나서면서 “이번 사건으로 고인이 되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가족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좋은 아들,사위남편·아빠가 돼 주지 못해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도 했다.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느냐’, ‘주사기와 마취제가 어디서 났느냐’ ‘유모·황모씨 부부 지시를 받고 범행한 게 맞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연지호는 경찰서를 나서면서 “범행 대가로 3억을 좀 넘게 받는 것으로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또 ‘유씨 부부가 살인 교사를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는 “이경우가 그렇게 알려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이었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었다. 저한테는 그렇게까지 이야기 안 했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와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며 “(이경우가) ‘너네도 이걸 알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그냥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따라오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황대한은 경찰서를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답만 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씨(48)를 차량으로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를 받는다.

경찰은 이경우가 범행 계획을 짜고 황대한과 연지호가 직접 실행했다고 보고있다. 이경우는 대학 동창인 황대한에게 과거 가상화폐 투자를 하면서 알게 된 A씨 납치살해를 제안했고, 황대한이 이를 다시 연지호에게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코인 투자 과정에서 A씨에게 원한을 가진 재력가 유씨 부부가 이경우에게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전날 오전 남편 유씨를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하고 부인 황씨를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이경우는 지난달 31일 검거 이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A씨와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다가 최근 범행을 자백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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