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는 '에너지 수입', 적자 줄일까…전쟁영향↓, 유가변수↑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던 에너지 수입이 앞으론 적자를 줄일 키가 될까.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에너지 수입 그래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저효과 등으로 꺾이는 모양새다. 다만 흔들리는 유가와 전기·가스요금이 변수로 튀어나왔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한 145억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6.1%)와 가스(-25%) 수입은 줄고, 석탄만 6.2% 늘었다. 여전히 3월 에너지 수입액은 10년 평균치(2013~2022년)보다 48억 달러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겨울 끝자락이던 2월 수입이 1년 전보다 19.7% 급증한 153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금액·증감률 모두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엔 우크라이나 전쟁 기저효과가 있다. 2021년 여름까진 월 100억 달러에 못 미쳤던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월 130억 달러를 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엔 전년 대비 90%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너지 수입 급증 속에 지난해 무역적자도 역대 최대인 47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여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올 봄과 여름엔 1년 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수입액이 줄어든다. 지난해 3월 배럴당 110.9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 3월 78.5달러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LNG(액화천연가스) 가격도 100만 BTU(열량단위)당 24.8달러에서 17.9달러로 떨어졌다. 전력용 연료탄 가격(호주 현물가)도 올 1월부터 크게 하락하면서 1년 전 가격을 밑돌고 있다.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을 지났다는 계절적 요인도 크다. 실제로 월간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12월(167억 달러)을 기점으로 3개월째 줄고 있다. 3월 수입액은 지난해 6월(137억 달러)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원유 도입 단가는 러·우 전쟁 직후인 4~7월이 가장 높은 편이었다. 올해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4월 수출입 실적부턴 수입 감소세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라면서 "수출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석유제품 수출이 주춤하는 것도 원유 도입 물량 감소와 에너지 수입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수입이 줄게 되면 무역적자 축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지난달 통계가 대표적이다. 3월 적자 규모는 46억2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로 지난해 9월(-38억4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새 18억1000만 달러 줄면서 전체 수입 감소분(40억7000만 달러)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에너지 수입 감소→전체 수입 감소→무역적자 축소'라는 공식이 나타난 셈이다.
2분기 이후 수입 감소를 기대하는 산업부도 적자 축소와 연계한 에너지 절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수입 관리가 중요하다. 에너지 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도 여전하다. 불안한 유가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달 들어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기습 감산 소식에 시장이 출렁였다. 유가가 꾸준히 떨어지자 산유국들이 가격 방어를 위해 인위적 생산 조절에 나선 것이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4월 1주차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4.7달러로 전주 대비 7.3달러 급등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 현물 가격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수입 단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당장 이달 수입액부터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해 4월 두바이유가 100달러 선을 오르내렸던 것과 견줘보면 아직까진 낮은 수준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분간은 (원유) 공급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 긴축 환경 아래 수요 저항이 커질 수 있어 지난해 같은 과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에너지 수입은 전기·가스 수요와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달 31일 당정이 잠정 보류한 2분기 요금 조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봄~초여름 수요가 흔들릴 전망이다. 전기·가스료 인상 폭이 낮으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에너지 요금이 거의 오르지 않으면 국민에 더 써도 된다는 신호를 줘서 에너지 수입 증가, 무역적자 악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에너지 수요·가격 상승 가능성도 큰 만큼 지난달 수입액이 줄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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