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만 보고 찍는 시대 아니다"…텃밭 울산서 흔들리는 '보수'
4·5 재보궐선거 결과 울산에서 국민의힘 등 이른바 보수 진영 후보가 패배하자 논란이 가라안지 않고 있다. 울산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역구란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보수 아성인 울산에서 참패했다"는 여론과 "울산은 오래전부터 특정 정당만 뽑는 지역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구청장도 국민의힘
울산은 현 김두겸 울산시장이 오랫동안 국민의 힘, 보수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김기현 대표 지역구가 있는 남구 서동욱 구청장 역시 국민의힘 소속이다. 전체 5개 지자체 중 동구(진보당)를 제외하곤 모두 보수 정치인, 국민의힘 단체장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 여당 울산 선거 참패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61.94%(15만3140표)를 득표해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무려 5만9065표 차이로 따돌렸다. 김 후보는 38.05%(9만4075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교육감 선거는 작년 12월 노옥희 당시 교육감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는 바람에 치렀다. 천 교육감은 노 전 교육감 남편이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전교조 출신인 아내 노옥희 교육감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김 후보는 국민의힘 당 색상인 빨강 점퍼를 입고 보수 성향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표심을 흔들지 못했다.
김기현 대표 지역구가 있는 울산 남구의회 나 선거구 기초의원 보궐선거의 결과는 여당에게 더 아프다. 개표 결과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0%(6450표)의 득표율을 기록, 49.39%(6297표)를 얻은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를 153표 차이로 따돌렸다. 최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파란 점퍼를 차려입고 유권자를 만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직접 손을 잡고 거리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지역구이자,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등 친윤계 의원 텃밭이다. '울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도심지이기도 하다. 즉 보수 텃밭 앞마당에서 치러진 작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준 셈이다.
민노총 "울산 노동자와 시민의 승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4·5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최덕종 울산남구의원, 우종삼 군산시의원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며 "민주당을 선택해주신 울산 시민, 군산 시민분께도 고개 숙여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아무리 기초의원 선거이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1 상황에서 패했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고령층 투표가 많아 보통 유리한데도 대선이나 지선 때보다 10% 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울산 남구 신정2동에 사는 40대 주부는 "울산은 무조건 빨강만(국민의힘 당 색깔만) 보고 찍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도 민주당 시장이 나오고, 지금도 파란색 민주당 기초의원이 상당히 많은 곳이 울산이에요"라고 했다.
반면 동구 방어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시민은 "교육감과 구의원 선거 결과만 보고 너무 정치적으로 의미를 두는 것 아닐까요. 울산이 그래도 보수 당 대표의 주소가 있는 대표적인 보수지역이잖아요"라며 다른 의견을 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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