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음료' 사건 배후…中 보이스피싱 조직 가능성↑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난 3일 오후 6시께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담긴 음료수를 건넨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40대 여성 A(4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용의자들이 피해자들에게 건넨 음료수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일당의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구조와 인물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9일 마약음료 제조·전달책 길모씨와 협박전화 번호 조작에 가담한 김모씨를 상대로 '윗선'을 추궁하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 A씨가 길씨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음료를 제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중국에서 공수된 빈 병의 배송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길씨는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했다고 진술했다.

길씨는 강원 원주시에서 제조한 마약음료를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씨는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거된 인물 중 상당수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또 마약음료를 담은 빈 병이 중국에서 왔고, 학부모들에게 걸려 온 협박전화 발신지도 중국이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20∼40대 남녀 4명이 2명씩 짝을 이뤄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건넸다.

이들은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이후 피해 학부모들은 이후 조선족 말투를 쓰는 일당으로부터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마약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학부모 1명을 포함해 총 8명으로 알려졌다.

마약음료를 나눠준 4명은 모두 경찰에 체포되거나 자수했는데, 이들은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을 뿐 마약 성분이 든 음료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