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안기부 조작 간첩 누명…대법 "국가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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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와 보안사령부(보안사)에 의해 조작된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누명을 쓴 양관수 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같은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 받은 장의균 씨에 대해 국가배상을 판결한 2021년 5월 대법 판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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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지명수배 충분히 예상…검거 우려로 10년간 귀국 못 해"
"수사 발표 포함 인권 침해 부분…과거사정리법에서 제외 불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와 보안사령부(보안사)에 의해 조작된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누명을 쓴 양관수 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같은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 받은 장의균 씨에 대해 국가배상을 판결한 2021년 5월 대법 판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9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양 씨와 그 가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1987년 9월 장 씨가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접촉해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지령을 내린 인물로 양 씨를 지목했다. 장 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8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하지만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강압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재심 끝에 2017년 12월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1982년부터 일본에서 생활하던 양 씨는 안기부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지명수배돼 계속 일본에 머물다가 1998년에야 귀국했고, 검찰 조사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양 씨와 가족들이 안기부의 위법한 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2심은 보도자료 배포와 불법 구금이 위법하다고 인정했으나 지명수배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보지 않았다.
2심은 "안기부의 지명수배는 피의자의 소재를 찾기 위한 수사 방편으로 수사기관 내부의 단순한 공조나 의사 연락에 불과하다"며 "안기부가 지명수배의 원인이 된 피의사실을 조작한 정황이 있더라도 지명수배 자체를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 이뤄진 수사 발표, 보도자료 배포, 원고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판단할 때는 직무집행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발표나 보도자료 내용에 비춰 원고에 대한 지명수배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원고는 검거를 우려해 10여년 동안 귀국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한 양 씨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만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에 포함하고 불법 구금은 그 대상이 아니어서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면서 다시 심리하게 했다.
대법원은 "원고에 대한 수사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 구금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을 구성하는 부분인 만큼 일부만 떼어내 과거사정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2018년 결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에는 민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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