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계 우영우’와 서울시향 그리고 츠베덴의 만남은 특별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향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 19세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얍 판 츠베덴(63)이 지휘하는 100여 명의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멘데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음악에 한껏 심취한 바이올리니스트는 여느 프로 연주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날 2800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으로부터 환호성을 받은 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바이올리니스트다. 바로 ‘바이올린계의 우영우’로 불리는 공민배(19)군. 츠베덴 감독도 환하게 웃으며 공 군을 얼싸안고 등을 두드렸다.
데이비드 이 서울시향 부지휘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공 군의 협연 외에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라벨의 ‘볼레로’ 등이 연주됐다. 내년에 공식 취임하는 츠베덴 차기 감독과 서울시향이 그동안 각각 힘써온 사회 공헌 활동이 맞아떨어지며 성사됐다.
무보수 지휘를 자청한 츠베덴 감독의 경우 1997년부터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자폐 아동을 돕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그의 셋째 아들이 음악을 통해 조금씩 치료되는 것을 경험한 데 따른 것이다. 자폐 조기 진단과 음악 치료 등을 돕는 이 재단에서 활동하는 음악치료사는 38명이나 된다. 또한, 재단은 네덜란드 각 지역의 전문 음악치료사들과 연결해 가정에서 음악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도 한다.
서울시향은 2017년 7월 정기공연 당시 자폐 아동이 소란을 일으켰던 것이 계기가 돼 그해 가을 발달 장애아를 위한 공연을 처음 선보인 후 매년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다. ‘행복한 음악회, 함께!’라는 타이틀 아래 자폐 등 발달장애아 가운데 음악치료를 통해 재능을 보인 아이들과 서울시향 단원들이 함께 연주하는가 하면 그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대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만들고 있다. 특히 장애를 가졌지만 전문 연주자의 꿈을 가진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데, 공 군은 지난해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 이번 공연까지 서울시향과 네 번의 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콘서트에 앞서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공 군은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 나에겐 음악이 전부”라고 남다른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공 군의 어머니 임미숙 씨는 “민배가 예전엔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음악을 한 뒤 달라진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바이올린을 하면서 공군은 전국장애인콩쿠르 대상(2017), 한국 클래식 콩쿠르 대상(2020), 전국 학생 온라인 콩쿠르 대상(2021) 등을 받았다. 임씨는 “자폐 자녀를 둔 부모님께 어떤 악기든지 아이에게 시켜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아이가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꼭 해보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츠베덴 감독 역시 “음악에는 사람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 자폐가 있는 특별한 아이들의 경우 음악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음악은 자기만의 세상에 있는 아이들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음악은 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 세상과 접촉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의 이번 ‘특별한 콘서트’는 공익적 성격답게 한국발달장애인문화예술협회(아트위캔),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하는 뷰티풀마인드오케스트라, 서울시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단체 5개 등의 200여 명을 초청하는 한편 1만 원에 티켓을 판매했다. 판매 5일 만에 매진됐는데, 젊은 관객층이 과반이 되는 이례적 기록을 남겼다.
“음악에는 장애도 없고, 편견과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서울시향의 사회 공헌 활동은 츠베덴과 만나 한층 활성화될 예정이다. 츠베덴은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를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이런 콘서트를 적극적으로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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