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국민, 정상회담에 대한 온도 달라"
[이영광 기자]
지난 3월 열린 한일정상회담 이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제 동원'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위자료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한다는 내용-기자주)을 제시했다. 이후 일본은 화답하듯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후 일본 언론은 정상회담 때 독도와 위안부 합의 문제가 거론됐다고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부인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 MBC <PD수첩>의 한 장면 |
ⓒ MBC |
다음은 임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회담 이후로 이슈가 계속 터졌어요. 심지어 취재 기간에 코로나에도 걸렸어요.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시원섭섭합니다."
-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있었고 그 다음에 3월 6일 '강제 동원' 제3자 변제 안이 발표됐고, 피해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 있었죠. 이번 회차를 함께 작업한 작가님이 이전에 강제 동원 문제를 < PD수첩 >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강제 동원' 관련 내용으로 취재를 시작했는데 정상회담 발표가 났어요. 그래서 '이 흐름을 따라가야지' 생각했는데 회담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팔로우하면서 취재라인을 잡아갔습니다."
- 정상회담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팔로우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회담 이후에 위안부 문제라든가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진실 공방이 이어졌고, 가장 최근 독도 관련 교과서 문제까지 터졌죠. 사실 하나하나 개별화 할 수 있는 주제라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 일본 국민들은 한일 정상회담에 크게 관심이 없었나봐요?
"(일본) 길거리 다니면서 물어봤는데 확실히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느껴졌어요. 실제 몇몇 인터뷰 내용도 방송에 나왔는데 '윤 대통령이 일본에 온 거 아느냐'라고 물었는데 모르는 분도 계셨어요. 전반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이 많고, 정치에 관심이 있더라도 자세한 내용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요."
-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도 자세히 모르는 분들이 계셨겠지만 방송에서 큰 이슈로 다뤄졌잖아요. 일단 관심도도 높았고요. '강제 동원' 관련 제3자 변제안이 발표되고 나서 학생들과 교수, 시민단체들의 시위도 있었잖아요. 반발하는 느낌이었고, 온도차가 컸죠."
-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쟁점인 것 같아요. 일본 측은 한일 협정으로 보상이 끝났다는 거고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은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본 것 같아요.
"맞아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있었는데 일본은 '개인 청구권은 없다. 우리는 돈을 줬다. 그때 끝났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저희가 간단하게 방송에서 설명하긴 했지만 일본에서도 개인 청구권을 인정했어요. 실제로 일본의 여러 문서에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발언과 문건이 있어요. 그리고 그걸 받아들여서 한국에서도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한 거고요. 그 내용을 명시하고 판결 내린 2018년 대법원 판결이 매우 중요해지는 거죠."
- 세계적으로 개인 청구권이 인정되는 추세인가요?
"네, 그리고 일본 국민 역시 미국에 개인 청구권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었어요.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일본 변호사도 국제법적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하고 있죠. 그래서 피해 당사자분들이 일본에도 소송하고 한국에도 걸 수 있었던 거죠."
- 식민지의 불법성을 인정하는지, 안 하는지가 쟁점 같아요.
"한국 대법원판결에서는 불법적 식민 지배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아베 정권동안 식민 지배는 정당했다고 주장했죠. 방송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교과서나 일본 정치인들도 그런 식으로 항상 표현하고 있어요."
"저희가 안 그래도 일본 외무성 출신 평론가분에게 물어봤어요. 물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기가 '강제 동원'이라고 생각해도 정치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 임다솔 PD |
ⓒ 이영광 |
- 일본 극우 집회도 취재하셨는데, 분위기가 어땠나요?
"회담이 있었던 총리 관저 바로 앞에서 시위하고 있었고, 저희가 일본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그런 극우 차량들이 많았어요. 차량 같은 경우 스피커를 켜고 지나다녀요. 분위기는 일반적인 시위 분위기였는데 팻말에 적힌 내용이나 인터뷰이를 만나보면 '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 '위안부는 거짓이다'라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 정상회담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표현했잖아요.
"인터뷰한 교수님 한분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고 하셨어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이 강제 동원을 부정하기 위해 이베 전 총리가 고안한 용어라는 것도 최근에 알았어요.
- '강제 동원'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도 만나셨잖아요.
"2015년 < PD수첩 >에 출연하셨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몸이 안 좋아지신 게 눈에 보여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도 마음 아팠죠. 김성주 할머니가 현재 95살이신데 15살 때를 생생히 하고 계세요. 중간중간 일본어를 뱉으신다거나. 그래서 충격을 많이 받았죠. "
- 제목이 '한일회담과 청구서'잖아요. 이렇게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일 회담 후폭풍으로 어쨌든 일본으로부터 계속 청구서가 날아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렇게 정했어요. 일본 언론을 통해서 많은 요구나 요청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물밑에서 많은 조율을 했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축사한 내용을 봤을 때 '한미일 공조를 위한거였구나' 등의 추측이 나오는 것 같아요."
- 미국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 나오더라고요.
"미국 얘기도 저희가 좀 넣어볼까 했는데 너무 복잡해져서 그건 덜어냈어요. 바이든 대통령의 축사 정도는 언급해줘야 할 거 같아서 넣었어요.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한미일 실무진들이 1년에 40번 만났대요. 지난 5년간 만난 횟수보다 많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바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좀 더 조사하고 알아봐야 하나 했는데 강제 동원과 한일 회담을 메인을 두고 하다 보니까 이 내용을 덜어내게 됐습니다."
- 정부나 국민의힘 의원 측 인터뷰가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맞아요. 저희가 대통령실에 질문지를 보내긴 했는데 답을 못 받았어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저희가 방송에도 넣긴 했지만 언론에 적극적으로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갈음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일본 편의점에 갔는데 언론 일간지 1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있고, 기자들이 몰려있는 풍경을 보면서 언론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 숙소에서 제가 TV를 켜서 아침 방송을 보는데 WBC가 메인으로 나오고 그 아래 윤석열 대통령 관련 뉴스가 다뤄지는걸 봤죠. 일본어를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직접 현장에 나가고 확인하는 취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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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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