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11일 ‘파킨슨병의 날’, 손 떨리고 보폭 짧아진다면 의심해보세요

이춘희 2023. 4.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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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은 파킨슨병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정된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1817년 이 병을 최초로 보고해 질환명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영국 임사 제임스 파킨슨의 생일인 4월11일을 따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했다.

파킨슨병 [이미지출처=클립아트코리아]

파킨슨병은 3대 노인성 뇌 질환 중 하나로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힌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발병도 꾸준히 늘고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0만716명에서 2021년 11만6504명으로 5년간 환자가 16%가량 늘어났다.

파킨슨병은 뇌의 다양한 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떨리거나 잘 걷지 못하는 질환으로만 인식됐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안정된 자세에서 신체의 일부가 떨리는 증상인 떨림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근육이 굳어지는 경직 ▲다리를 끌며 걷게 되는 보행장애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과 같은 운동 증상이 환자마다 다른 조합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비운동 증상들도 일어난다. 치매, 불안, 우울, 환시, 수면 장애(불면증, 잠꼬대), 빈뇨, 변비, 피로, 자율신경 장애(기립성 저혈압, 성기능 장애, 땀 분비 이상) 등이다.

만약 ▲침대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힘들다 ▲글씨의 크기가 전에 비해 작아졌다 ▲주위 사람들이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약해졌다고 말한다 ▲걷거나 서 있을 때 비틀거리거나 넘어지려는 경향이 있다 ▲걸을 때 발이 땅에서 잘 안 떨어지고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낀다 ▲주위 사람들이 얼굴의 표정이 전에 비해 굳어있다고 말한다 ▲손이나 발을 떠는 증상이 있다 ▲손으로 단추를 잠그는 것이 힘들다 ▲걸을 때 발을 끌면서 걷거나 보폭이 짧아지면서 종종 걸음을 걷는다 등의 증상이 있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같은 파킨슨병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느껴지거나 지적을 받는다면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과 의사의 진료를 빨리 받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노화와 관련돼 있어 퇴행성 뇌질환으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50대 이하 중년에서도 발병률이 늘고 있고, 20~30대에서도 종종 발견되고 있어 젊은 나이대라도 증상이 보일 경우 진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적절한 약물 치료, 수술을 받는다면 직장 생활이나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된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파킨슨병의 발병 요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 성분, 이산화질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등 환경적 인자가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는 있지만 아직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만큼 확실하진 않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기도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파킨슨병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5% 이내인 가족형 파킨슨병 환자의 발생만 설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체 게놈(genome)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변형의 원인적 역할을 규명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파킨슨병이 진단되면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로 치료하거나 수술을 하고 있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 약물치료에 의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질환은 파킨슨병 외에는 없다"며 "최근 파킨슨병 약물은 되도록 늦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글을 읽고 약물 복용을 꺼리면서 운동이나 한방 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매우 잘못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뇌에서 도파민이 지속해서 부족하다면 뇌 운동 회로를 포함한 연결 기능들의 장애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의 부작용이 걱정돼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처방에 따라 약물의 용량과 용법을 철저하게 지켜 복용한다면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가 걸을 수 있게 되고 잘 걷지 못하는 환자가 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랜 약물치료로 약물에 대한 효과가 감소되고 후기 운동 합병증이 심할 때는 뇌심부자극 수술을 시행한다. 기계를 피하조직에 장착하고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담창구나 시상하핵에 전기자극을 줘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뇌심부자극술도 뇌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건강상태가 좋아야 하고 나이가 너무 고령이면 할 수 없어 보통 75세 이전에 시행한다. 전반적으로 파킨슨병 운동 증상과 운동 합병증을 75% 정도 향상하기 때문에 적절한 환자가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경우 삶의 질이 많이 호전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일상 속에서의 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정선주 교수는 "파킨슨병 황자에게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며 "병의 증상으로 몸의 근육들이 경직되고 근육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구부정해지기 때문에 스트레칭 체조와 유산소 운동을 매일 1~2시간 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근력 운동을 같이 하면 더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도 덧붙였다. 운동은 근육들이 어느 정도 활동이 익숙해지는 낮(오전 10시~오후 3시경) 동안 하는 것이 좋다. 햇빛을 적절하게 쐬며 운동을 하면 골다공증 예방과 우울 증상, 수면장애 개선 등에 도움이 된다. 등산을 좋아하는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증상이 있고 종종걸음 현상과 자세불안증이 있을 수 있어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높은 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영양 관리도 중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피곤하고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는 증상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뇌에 좋은 비타민 C, E가 많이 포함된 사과, 딸기, 귤,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양배추, 브로콜리, 녹색 채소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견과류도 적절하게 먹는 것이 좋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기름을 제거한 양질의 닭가슴살이나 쇠고기 등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단백질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의 약효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고기를 먹을 때는 레보도파 복용시간과 최소 1시간 이상 시간 간격을 두고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환자들이 겪는 심각한 증상인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1.5리터 정도의 물을 낮 동안 수시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면장애도 파킨슨병 환자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면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낮 동안 적당량의 햇빛을 쐬는 것이 좋고, 수면 2~3시간 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는 TV시청이나 휴대폰, 인터넷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저녁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 후 따뜻한 차를 한 잔하며 독서를 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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