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양의지’ 발자국 메우기…NC 박세혁 “차이는 인정하지만”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안방이 교체됐다.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36)가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돌아가고, 반대로 박세혁(33)이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NC팬들은 ‘조금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름값 측면에서 박세혁이 양의지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각 4+2년 152억 원과 4년 46억 원인 양의지와 박세혁의 FA 몸값 차이가 이를 방증한다.
양의지가 남긴 거대한 공룡 발자국. 이를 곧바로 메우기는 힘들지만, 박세혁은 올 시즌 초반부터 뜨거운 방망이로 자신의 가치를 대신 증명하고 있다. 홈 개막 시리즈에서 이틀 내리 결정적 아치를 그리면서 NC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박세혁은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6-5로 앞선 8회말 1사 1,2루에서 쐐기 3점홈런을 터뜨렸다. 변시원의 시속 135㎞짜리 직구를 통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호쾌한 정타였다.
박세혁은 전날 키움전에서도 귀중한 대포를 때려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7회 안우진으로부터 우월 솔로홈런을 빼앗았다. 직전까지 시속 150㎞대 후반의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무실점 호투하던 안우진을 무너뜨리는 결승포였다. 이날 박세혁의 아치를 앞세워 2-0으로 이긴 NC는 이튿날에도 11-5 승리를 챙기고 2연승 신바람을 달렸다. 반대로 키움은 3연패 늪으로 빠졌다.
키움과의 3차전을 앞둔 9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박세혁은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코칭스태프에서 나를 많이 믿어주셔서 마음 편하게 잘할 수 있는 느낌이다”며 최근 맹타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어 “처음부터 볼 3개가 들어와서 나와 승부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구째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와 다음에도 같은 코스가 오면 가볍게 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 공이 가운데로 와서 홈런 타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세혁은 이번 3연전을 통해 홈팬들에게 제대로 정식 인사를 건넸다. 아직은 어색함이 많지만, 뜨거운 응원을 받으면서 NC맨으로서의 색깔을 채워가는 중이다.
박세혁은 “이곳(창원NC파크)에서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다. 아직 개막 초반이지만, 동료들과 ‘재밌게 야구를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데 많은 팬들께서 열정적으로 응원해주고 계시더라.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세혁은 “양의지 형과의 차이는 인정한다”면서도 “일단 팀이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다. NC가 계속 상위권을 지킬 수 있도록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이적생다운 포부를 밝혔다.
창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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