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침체 오나”...난리 난 金값
지난 4월 6일(현지 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값은 1온스(31.1g)당 2025.4달러를 기록했다. 4월 4일 3개월 최고가인 2038.2달러를 기록한 이후 소폭 내려왔지만 여전히 2000달러를 웃돈다. 역대 최고치인 2020년 8월 2069.4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우려가 금값 강세를 부채질했다. 글로벌 은행 위기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진한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는 등 경기 침체 우려 신호가 명확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6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예상치인 20만건을 웃돌았다. 반면, 지난 4월 4일 발표된 미국의 2월 구인 건수는 990만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건을 밑돌았다. 미국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1.2로 전월(55.1)보다 하락했다.
강력한 리쇼어링(제조시설 본국 회귀) 정책으로 미국 고용시장은 탄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속속 부진한 지표가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가 가시화했다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시스템 위기는 금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 SVB와 시그니처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 투자로 큰 손실을 보면서 채권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금의 상대적 매력은 더욱 올라갔다.
통상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가령,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분기 혹은 연 단위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단기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자를 받아 이를 높은 금리로 재투자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금 투자의 매력은 감소한다. 반대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실질금리가 하락한다면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감소하므로 금 투자 매력은 증가한다.
금 시장의 최대 ‘큰손’인 각국 중앙은행도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패권이 흔들리면서 주요 중앙은행은 금 보유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터다. 특히 금융 제재 과정에서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장부상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축적을 멈추고 금과 중국 관련 자산 보유를 늘리고 있다. 최다 금 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 간 밀월 관계가 심화하면서 이들 국가는 달러 패권에 저항하려는 목적으로 금 보유를 더욱 늘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실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석달 연속 순매수하면서 금 보유량이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1년여 만에 금 보유량을 공개한 러시아 중앙은행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년 동안 100만온스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향후 금값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 4분기까지 금값이 온스당 2200달러, 씨티은행은 23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고, 금리 인상이 곧 중단된다는 것은 금 가격에 긍정적인 뉴스”라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의 되돌림 전개 시 일시적 조정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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