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옷까지 찢었던 욕쟁이 엄마, 숨겨진 반전 고백

이준목 2023. 4. 9.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채널A 상담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이준목 기자]

충동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자식에게 욕과 체벌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옷까지 찢어버렸다는 엄마의 놀라운 행동,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애틋한 모정과 남모를 아픔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4월 7일 채널A 상담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대한민국 최장수 혼성그룹 '코요테'의 래퍼 빽가와 어머니 차희정씨가 함께 출연해 고민을 상담했다.

빽가는 어머니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욕을 지나치게 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빽가는 "어머니가 평소에 유쾌하고 재밌으신데, 욕쟁이다. 1시간에 최소 10번은 욕을 하신다"라고 고백하며 "주로 동물에 비유한 욕을 많이 한다. 3단계가 있는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온갖 표현들이 다 나온다"고 폭로했다.

이어 빽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욕을 들어와서 나는 어른이 되면 욕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녀를 낳더라도 엄마에게 맡길 생각이 없다. 자녀가 엄마에게 욕을 배울까 걱정되니까. 악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코 좋게 들리지않는다"라고 걱정했다. 어머니는 "그 정도는 욕이 아니다. 일상적인 대화일 뿐"이라며 반박하며 인정하지 않았다.

빽가는 자신의 연예인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도 어머니가 욕을 했다는 일화를 폭로했다. 선물없이 빈손으로 찾아은 친구에게 "XX, 넌 1111호 사냐, 빈손으로 팔다리만 흔들면서 오냐고"라고 짓궂은 농담을 가미한 재치 있는 욕설에 모두가 폭소했다. 이처럼 어머니의 욕은 주로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인들도 유쾌하게 이해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빽가는 혹시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기에 늘 좌불안석이었다.

어머니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나면 욕이 나온다. 그리고는 아차 싶을 때가 있다"고 인정했다. 우산을 잃어버린 남편(빽가의 부친)에게도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X놈의 자식"이라는 욕을 뱉은 일이 있다고. 어느날은 빽가의 동생이자 둘째 아들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엄마가 우리 어릴적에 저 XX끼랑(남편) 이혼하고 싫은데 우리 때문에 산다고 그랬잖아?"라고 갑자기 폭로하는 바람에 진땀을 흘렸던 일화를 고백하자 모두가 포복절도했다.

어머니는 "30년전에 했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뒀다가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당황했다. 그때 아이들 앞에서는 진짜 말조심해야겠구나하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오은영은 "어머니의 욕에는 진심이 섞여있다"고 진단했다. 정색하고 대화하면 자칫 불편해질 수 있는 상황을 욕으로 승화시켜 위트와 유머로 표현한다는 것. 어머니는 크게 공감하며 오은영에게 엄지 척을 들어올렸다.

다만 오은영은 "욕과 화는 비슷하다. 사람은 필요할 때 감정을 적절하게 분출해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자칫하면 습관과 중독으로 자리잡을수 있다. 욕도 하면 할 수록 횟수와 강도가 증가하게 된다, 욕은 대뇌에서 도파민만이 아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가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대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구사하는 욕이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어머니도 이해를 못했지만 본의 아니게 시어머니를 따라서 욕이 생활화가 됐다. 언제부터인가는 자신도 자식들에게 시어머니에게 들었던 것처럼 똑같이 욕을 하고 있더라는 것.

출연자들은 오은영도 과연 욕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오은영은 사석에서도 타인에 대한 욕이나 험담을 하지않는다고 고백하며 "직업이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상담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만큼은 예외"라고 설명했다.

빽가는 중학교때 어머니가 집에 불을 지른 일까지 있다는 놀라운 일화를 폭로했다. 빽가 형제는 어린 시절에 자주 티격태격했다. 몇차례 경고에도 아이들이 말을 듣지않자 결국 분노한 어머니는 두루마리 휴지에 불을 붙여 방에 투척했다. 놀란 빽가와 동생은 다급하게 불을 끄고 어머니에게 잘못을 빌었다. 빽가는 "엄마의 경고를 허투루 들으면 안되겠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아들들이 끔찍하게 말을 안들었다"고 회상하며 "겁을 주기 위한 것일뿐, 어떤 엄마가 아들 방에게 정말로 불을 지르겠냐"고 해명했다. 어머니는 사고뭉치였던 어린 빽가가 국기게양대에 올라갔다가 떨어지거나 빵집에서 케이크마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놓고, 동네 강아지부터 경찰 형광봉까지 절도했던 황당한 일화들을 털어놨다.

혹시 어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빽가는 학창 시절, 요리실력이 뛰어난 어머니 덕분에 평범한 도시락 대신 매일 점심시간마다 학교로 가재도구를 공수해와서 직접 요리한 닭볶음탕·삼겹살 등을 요리해줘 출장 뷔페처럼 식사를 즐겼던 추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빽가가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손이 커서 한번 만드는 음식량이 어마어마하고, 명절에는 아예 빽가네 집의 친구들의 필수방문코스가 되었을 정도라고. 어머니는 "그렇게 해야만 마음이 편하더라. 조금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인정했다.

경청하던 오은영은 "어머니가 선을 넘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잘못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욕도 체벌도 사랑도, 마냥 애정표현이라기에는 그 방식이 모두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

차희정씨가 '선넘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숨은 사연이 공개됐다. 어머니는 빽가가 과거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했다. 빽가는 초등학교 시절 선배에게 돈을 빼앗기고 폭행까지 당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분노한 어머니는 학교와 가해자 부모를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했고, 가해자들은 전학조치시켰다. 어머니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너무 힘들었다"고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친구들이 장난으로 빽가를 추운 겨울에 학교 창고에 가둔 일도 있었다. 그때도 어머니는 학교를 찾아가 강하게 따졌다고. 이후로 학교에서는 '극성엄마'로 소문이 나서 빽가를 괴롭히는 일이 줄었다고.

하지만 빽가는 "어머니가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보복당할까봐"라고 피해자로서 또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오은영은 "학교폭력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인지하는 순간부터 어른의 개입 및 보호가 필요하다. 그만큼 어머니의 행동은 아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나 오은영은 어머니가 "충동성이 높은 편"이라는 데 우려를 표했다. 어머니는 "성격이 급하고 욱할 때가 많다. 변덕도 심한 편"이라고 인정했다. 오은영은 "충동성이 높은 사람은 어떤 욕구가 발생했을 때 상황과 결과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자기 조절' 능력이다"라고 설명했다.

빽가는 어머니가 당뇨가 있는 데도 충동성이 심해서 음식조절이 안 된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그 때문에 잔소리를 하다가 어머니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오은영은 어머니의 다면적 인성검사 결과 '자기 비판적이고 우울감과 삶에 대한 회의감이 높은 상태'라는 상태를 밝혀 빽가 모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은영은 "충동성이 높은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에 지배당하기 쉽다. 음식조절로 인한 우울감이 극단적인 감정까지 치닫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머니는 "어느날 자신의 쓴 일기를 보다가 유서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보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었다"는 놀라운 일화를 밝혔다. "내 보물 1호는 백성현(빽가의 본명)이다. 아들에게 한 소리를 들으면 더 슬프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들한테 굉장히 미안하더라"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어머니는 아들 빽가에게 30년 세월동안 간직한 미안함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어머니는 "빽가에게 무릎 꿇고 빌고 싶은 게 딱 한 가지가 있다.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이었다고 운을 뗐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이었다. 제가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았다. 점퍼를 사달라고 했는데 아들이 가격을 잘못 알고 왔다. 욱하는 마음에 사람들 많은 이태원 한복판에서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 아이가 입고있던 옷을 다 찢어버렸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어머니는 "아들도 인격체로서 자존심이 있는데 내가 모든 화풀이를 했다. 부모를 떠나 인간으로서 하면 안 되는 일이었는데 나는 그런 행동을 했고 아직까지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후회의 눈물을 글썽였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동안 솔직한 마음을 밝히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낼만한 특별한 계기도 없었고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겁이 나서"라고 고백하며 "그것만큼은 세월이 흘렀어도 아이한테 정말 무릎꿇고 용서를 구해야할 것 같다"라고 진심을 털어놨다.

생각에 잠겼던 빽가는 조심스럽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빽가 "생각을 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저는 겁쟁이라서 힘든 일들을 되도록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면서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여전히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엄마의 보물 미안해.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도 엄마 스스로가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근데 이젠 괜찮다고 해줘서 엄마가 더 미안하고 앞으로 더 노력할게"라고 사과했다. 이어 "엄마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가슴에 남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라고 30년 만에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묵묵히 듣던 빽가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를 따뜻하게 포옹하는 것으로 마음을 전했다.

빽가는 엄마의 진심을 이해했다. "그때의 엄마는 지금의 저보다 더 어렸다. 지금 엄마 나이의 동생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엄마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는게 제가 오히려 죄송하다"고 성숙하게 반응했다.

오은영은 "완벽한 부모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어른인 부모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인정하고 사과할줄 아는 것이 '좋은 부모'를 향한 첫 걸음"이라며 격려했다.

한편으로 "부모의 높은 충동성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준다. 그럴 때 자녀는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고 감정을 숨기게 된다. 자식에게 내면의 당당함을 키워주는 것은 '자기 정당성'에서 나온다. 부모의 충동성이 높아질수록 자녀 내면의 자기 정당성은 낮아지게 된다"고 당부했다.빽가는 어릴 적에 자기주장이 강하고 절대적인 어머니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습관적으로 욕이 많은 어머니을 위한 솔루션으로 "말을 천천히 할 것"과 "이름 뒤에 존칭을 붙일 것"을 조언했다. 빽가는 "앞으로 엄마의 카드 한도를 높여드려야겠다"며 재치있는 공약을 제시했다. 서툴고 극성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했던 엄마와, 그 진심을 이해하는 아들의 애틋한 가족애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