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중국 특색 중립주의

베이징=김현정 2023. 4.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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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중립'과 '중재'의 이미지에 심취한 듯하다.

결이 다른 문제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이슈에 대해서도 중국은 무려 60년 만에 중립 입장을 내놨다.

시 주석은 러시아와의 막후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외교 무대 위에서는 연일 중립의 광폭 행보를 보이는, 구태여 이름 붙이자면 '중국 특색(중국식) 중립주의'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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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중립’과 ‘중재’의 이미지에 심취한 듯하다. 숙적이던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회복을 중재한 데 이어, 전쟁 당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마친 후 시진핑 국가 주석의 외교 행보는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제재가 아닌 대화라는 ‘평화전도사’의 화법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전쟁에 직접 개입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결이 다른 문제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이슈에 대해서도 중국은 무려 60년 만에 중립 입장을 내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면 유럽에서는 ‘탈(脫) 중립’의 바람이 분다. 핀란드는 74년간의 중립국 지위를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웃 스웨덴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는 특히 러시아와 134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나토의 동진을 막으려던 러시아로서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로써 유럽에는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몰타, 스위스 4개의 중립국만이 남게 됐다. 이들마저도 대부분 군사적 중립을 지킬 뿐 정치와 여론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기울어져 있다.

중립의 반대말이 동맹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중국이 택한 현재의 노선은 사전적 의미의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군사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부품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글로벌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해 돈줄을 터주면서 중국은 사실상 양국이 동맹 관계임을 지난 1년간 증명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주지하며 비판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러시아와의 막후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외교 무대 위에서는 연일 중립의 광폭 행보를 보이는, 구태여 이름 붙이자면 ‘중국 특색(중국식) 중립주의’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잇달아 회담하면서도 그는 결국 러시아를 향해 규탄도, 지지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시 주석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그의 존재감과 몸값 역시 어느 때보다 치솟는 중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6세기판 통치 매뉴얼인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중립은 적을 만든다’고 했다. 그는 "군주는 자신이 진정한 동맹인지 공공연한 적인지를 명확히 밝힐 때, 즉 주저하지 않고 다른 군주에 반대해 한 군주를 지지할 때 존경받는다"면서 "이는 중립을 지키는 것보다 항상 더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쟁 이후 승자와 패자 양쪽 모두로부터 그 어떤 호의도 기대하기 어렵기에, 중립은 필연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고, 양비(兩非)·양시(兩是)보다 애매한 중국식 중립은 그 단맛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해석의 여지가 광활하고, 행간은 사차방정식보다 복잡한 특유의 화법 또한 긴 뒷말과 원망을 낳을 수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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