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결합’ 공정위 심사 두고…물고 물리는 진실공방전

"경쟁사 봉쇄 우려"…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 집중 검토
HD현대, 지난해 12월부터 공정위에 '기업결합' 네 차례 이의 제기
방산업계 "독점할 수 없는 구조…경쟁사 견제 지나쳐"
억울한 HD현대 "통상적인 절차에 응한 것 뿐"

한화그룹 및 대우조선해양 이미지.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대우조선해양 인수 승인 지연 배경을 놓고 한화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간 진실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화살이 경쟁사 HD현대를 향했다. HD현대중공업이 네 차례에 걸쳐 기업결합에 이의제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 비난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경쟁사 봉쇄 우려’가 거론되자 해당 사안에 대한 집중 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유럽연합(EU)를 끝으로 해외 7개 경쟁 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낸 한화는 ‘본진’인 국내 공정위로 인해 발목이 잡히게 됐다. 이로 인해 비판이 빗발치자 공정위는 방산 분야의 독과점 우려 때문에 심사가 지연된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브리핑을 통해 복수의 경쟁사들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피해 우려를 제기했는데, 함정 부품과 함정 간 수직결합이 이뤄질 경우 경쟁사에 불이익을 주는 ‘봉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이 점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화는 함정에 장착되는 무기 시스템을, 대우조선해양은 함정을 만들고 있다.

공정위는 최대한 심사를 서두르겠단 입장이지만, 결정 시점을 구체화하진 못하고 있다.

여기서 우려를 제기한 경쟁사 중 한 곳은 HD현대중공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19일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후 네 차례나 이의제기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는 의아하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산 시장 특성상 독점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란 점에서다. 방위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만이 물자지정이 된 품목을 생산할 수 있으며, 물자 품질이나 가격 등 모든 것은 국가가 결정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논리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경쟁사들 주장에 따르면 방산업체를 합치지 말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을 당시에도 이를 승인했으면 안된다. 방산시장에 수요자가 국가 하나이기에 결정권은 모두 국가에 있는데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우려는 말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도 같은 이유로 경쟁사가 제시한 우려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HD현대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경쟁사의 지나친 견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이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호위함 수주전을 앞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섰단 것이다. 해군은 올 상반기 중 해군의 최신형 호위함 개발사업 '울산급 배치3(BATCH-Ⅲ)'의 마지막 후속 모델 2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군함 등 특수선 시장을 많이 좌지우지하는데, 몇 십년 간 주인 없이 표류해 부실한 경쟁자로만 여겨졌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 소속이 되면서 무시못할 존재가 된 것 같다”며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행보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이의제기가 아닌 공정위가 동종업계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과정에 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통상적인 절차라는 주장이다.

또 방산업계에서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가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니, 기업결합 심사가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당연하단 의견도 있다.

레이더·항법장치 등 한화가 독과점 공급하는 10종 안팎의 군함 부품에 관한 기술 정보를 경쟁사에 충분히 알려주지 않거나 가격을 올릴 경우 군함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단 우려다.

실제 통상 군함 입찰은 기술 평가 80%·가격 평가 20%로 구성되기에, 무기의 성능이나 적절한 군함 탑재 방식에 관한 정보력 차이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이 중요한 사업이니 공정위가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는 것 같다”며 “기업결합 심사가 원래 보통 단 기간 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