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문학상부터 중앙신인문학상까지, 여성 작가들의 시대
Q : 수상 소감
A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욱 기뻤고 내 소설이 수록된다는 게 실감나지 않기도 했다.
Q : 수상작 〈젊은 근희의 행진〉
A : ‘관종’을 테마로 한 단편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그때 한창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고, 유튜버를 부캐가 아닌 직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사회적 변화를 느꼈다. 소설에 시대상을 자주 담는데, 독자들이 동시대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해방을 꿈꾸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장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작품 역시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는 데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Q :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A : 사회생활에 서툰 편이고, 상처를 받으면 빨리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소설을 쓰면서 마음이 점차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등단을 하고 나서도 청탁이 없어 자영업, 시나리오 각색 등의 일을 했는데 그때도 소설을 몇 줄이라도 써야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기록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광경, 멀리까지 울려 퍼지지 않는 작은 목소리를 소설에 담고 싶다.
Q : 한국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A : 내 소설이 오해나 무지로 인해 비평이 아닌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됐을 때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여성 소설가로 살아가는 것은 소설가와 여성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되는 일 같기도 하다.
Q : 다양해지는 여성 서사 문학
A : 문학의 역사에서 여성 서사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 여성 서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 뒤라스 인터뷰집을 읽다 발견한 이 말이 큰 고민을 안겨주었다. “여성이 무엇을 하든, 무엇이 도래하든 내버려두어야 한다.” 결국 사회구조적 문제점에 집중하든 내면의 목소리에 깊이 천착하든 모두 소중한 여성 서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Q :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
A : 이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 예전엔 이 세계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너무 사랑해서 미워하는 마음도 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로 여성과 노동, 계급 문제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요즘은 ‘몸’과 ‘해방’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 노동은 계급은 물론이고 몸 섹슈얼리티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Q :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로서 가지는 책임감
A : ‘젊은’이라는 단어가 내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던 참에 이 상을 받아 공인된 젊은 작가의 마음으로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포부를 얻을 수 있었다. 책임감이 자칫 과도한 자기 검열로 변질되지 않게끔 거침없이 쓰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동시대 젊은 작가들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젊은 근희의 행진〉
Q : 수상 소감
A : 전화를 받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게 무슨 일인가’였다.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가 지난해 말에 나왔는데, 다음 책을 낼 수 있을까 막막해하고 있을 무렵 들은 소식이라 계속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다. 두려움과 내가 과연 자격이 되나 하는 의문도 공존하고 있지만.
Q : 수상작 〈요카타〉
A : 본래는 여든 살쯤 된 할머니가 어이없는 이유로 115세로 호적이 잘못돼 기네스북 최고령에 오르게 되는 이야기였다. 모든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취재를 오고 CF도 찍는 소동극을 3인칭으로 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난생처음 자신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마이크 앞에 선 사람이 어쩌면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언어가 아닌 내 문장으로 이야기를 완성했던 순간을 자주 떠올렸다. ‘나이가 들어도 삶은 왜 자꾸 어려워지기만 할까? 아마 백 살이 가까워져도 비슷하지 않을까?’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시선을 옮기자 이런 질문이 이어졌고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이야기, 그래서 오늘과는 조금 다른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랐다.
Q : 나의 외할머니
A : 소설을 쓰며 외할머니의 영향이 컸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버지가 지방으로 전근을 가시게 돼 가족들이 이사하는 동안 어린 나는 외갓집에 맡겨졌다. 소학교만 2년 다니신 게 전부지만, 이야기책을 좋아하셔서 아흔두 살이신 할머니 머리맡에는 지금도 책이 놓여 있다. 첫 소설집이 나왔을 때 사인을 해서 할머니께 드렸는데, 아무래도 할머니를 닮아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된 것 같다고, 감사하다고 적었다.
Q :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
A : 윌리 로니스의 사진 에세이 〈그날들〉에 ‘사진의 가장자리’라는 표현이 나온다. 사진의 가장자리에 누군가의 팔이나 발만 찍혀 있는 경우 그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일상에서도 사진의 가장자리가 궁금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 누군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의 털 뭉치를 발견할 때 찾아오기도 한다. 프레임 바깥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질문이 생겨 답을 찾아가다 보면 그걸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Q : 앞으로 쓰게 될 이야기
A : 요즘 품고 있는 질문 2가지가 있다.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문우들과 앤솔로지를 낼 계획이다. 또 한 가지는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을 읽다 발견한 질문이다. ‘무엇이 애도할 만한 삶이 되게 해주는가’ 이 질문을 품고 해수면 상승 이후 사람들이 살 땅도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죽음과 애도의 의미를 묻는 장편을 쓰는 중이다.
Q : 한국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A : 소설가라고 소개하는 일이 최근에서야 익숙해졌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날 인식하고 나자 여성이라는 자각이 찾아왔다. 여성이라는 걸 인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계속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게 한국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간다는 게 아닐까 싶다.
Q :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로서 가지는 책임감
A : 젊은작가상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소설을 쓰는 것. 오래오래 생각하고 몇 번씩 고쳐 쓸 것이다. 시간이 흘러 기술적으로 노련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관성화되지 않고 용기를 내어 계속 써 내려가겠다.
〈요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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